#714
당신이 준 꽃은
어느새 시들어
잎마저 우수수 떨어졌지만
투명한 꽃병은 남았습니다
물기가 마른 자리
쓸쓸히 비친 햇살
유리 너머로 맴도는
먼지까지
모두 그때의 기억을 붙잡고 있네요
꽃은 지고
향기도 흐려졌지만
손에 쥔 꽃병은
여전히 제법 단단합니다
이제는 당신이 아니라
빈 꽃병을 바라봅니다
무게를 알 수 없는 투명한 것을
나는 여전히 두 손으로 감싸 안습니다
쓰는 사람. 마음을 쓰는 사람. 글을 쓰는 사람. 이야기 듣는 일을 하면서 마음을 일렁이는 일상과 작은 생각을 소분합니다. 많은 것들에 미안해하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