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5
당신이 내게 알려준 저녁은
노래가 되었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그 노래를 듣지 못했습니다
바람에 스치는 풀잎 소리인 줄 알았습니다
바람에 떨리던 달빛 아래
당신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마음을 얹어 두었지요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건네던 그 작은 떨림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내게 머물고 싶다는 조용한 고백이었다는 것을
늦게서야 압니다
모든 빛이 저녁에 스러지고
당신의 노래마저 바람에 흩어진 뒤에야
아무것도 남지 않은 저녁
그 빈 곳을 안고
나는 다시는 사랑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나 저녁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달빛이 손끝을 스칠 때마다
나는 모르게 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
아무도 듣지 못하는 곳에서
이미 늦어버린 고백을 따라
나는 오늘도 저녁을 걷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