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2
한때,
물 주던 사람이 있었다
꽃이 있었다
물소리가 있었고
햇빛 아래 놓인 숨결이 있었다
초여름의 공기였다
창문 너머에서 바람이 흔들렸고
그 손끝엔 따뜻한 흙의 감촉이 남아 있었다
피아노 뚜껑은
그날 이후로 닫혔고
손끝은 그 위에 머물지 않았다
꽃은 졌고
계절은 바뀌었다
그는 그 모든 것을
기억이라 부르지 않기로 했다
다정함은
자기 착각이었다고
물소리는
그저 흘렀을 뿐이라고
하지만 먼지는
언제나 가장 오래 머문 자리에 앉는다
늦은 오후의 빛이
닫힌 뚜껑 위를 천천히 지나갈 때면
그곳엔 여전히 온기의 잔여가 남아 있었다
아무도 연주하지 않았는데
한 음이 울린 적 있었다
그 순간 공기가 아주 잠깐
숨을 고르는 듯 멈추었고
손끝이
말하지 못한 무언가를 따라 움직였다
무너진 것은 사라졌지만
잊힌 것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알지 못했지만
그의 부재는
언제나 귀환의 준비였다는 것을
말해지지 않은 마음이
먼저 움직였고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그는 대답하듯 손을 올렸다
그래도
너만은
알아볼 것이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