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밤 빈 자리 쓰다듬으며

#733

by 조현두

한때

누군가의 이름을 듣고 뛰어갔던 존재였다

기다리는 일에

몸이 조용히 길들어 있었던

부드러움과 풍성함


오랜 자국이

가라앉지 않은 저녁이면

이따금

문 쪽을 바라보는 버릇이 되살아난다


누군가는

이곳에 데려다 놓고

두고 간 것이다

그게 사람인지 계절인지

이름 모를 감정인지

이제는 나도 분간하지 못하겠다


너는 아무 말 없고

나는 그것이 말인 줄 알았다

달아나지 않아서 고맙고

내가 무섭지 않아서

조금 슬펐다


등이 마주 보이는 자리에서

나는

내 마음을 그릇처럼 내려놓았다

물이 고이지 않도록

탁해지지 않도록

조심히


다정함은

소리 내어 부르지 않고도

닿을 수 있다는 걸

너를 보며 배운다

오늘은

조금 더 오래 쓰다듬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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