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대

#734

by 조현두

네 얼굴은

오래된 잎처럼 바스라질 듯

고요했다


버티는 표정

빛 없는 이마

웃음이 사라진 입꼬리


나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내 안에 무언가가 꺼지는 걸 느꼈다

늦가을 정전처럼


한때 너는

잘 웃었다

그 웃음이 방 안을 덥혔고

나는 살아 있는 것을 믿었다


지금의 너는

생기가 아니라

어떤 계절의 잔해 같았다

버티는 게 아니라

남은 시간을 입고 있는 사람 같았다


말을 꺼내지 못한 건

내 말이

너의 무게를 더할까 봐


그래서 나는

침묵을 배웠다

네 앞에서


어느새부터인가

너는 날 보며

웃질 않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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