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빛이 깨지고 바스라지더라도

#742

by 조현두

당신이 떠난 뒤

세상은 낡은 비단처럼 빛을 감췄습니다

여름의 초록은 오래 덮어둔 찻잎 냄새로 가라앉고

가을의 금빛은 손끝에서 부서지는 가랑잎 소리로 남았습니다

나는 아직 기억합니다

겨울 아침, 창가의 햇살이 당신 어깨 위에

흰 서리꽃을 피우던 날을

봄 저녁, 살구꽃 향이 먼 바람에 실려

당신 목소리의 물결 속에 스며들던 순간을

이제는 압니다

아름다움은 들판의 색이나 강물의 빛이 아니라

당신을 비추던 나의 눈 속에서 피어났다는 것을

그래서 고맙습니다

세월이 서서히 접어둔 계절 속에서도

당신이 남긴 빛은

저녁 난롯불처럼

남은 생을 천천히 데우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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