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자를 구우며 널 생각했다

#746

by 조현두

오븐의 불이 고르게 숨을 고른다

버터가 녹아 설탕을 붙들 때

나는 반죽을 접어 빛을 섞고

너의 윤곽을 조심스레 떠올린다


너는 달에 가깝다

달의 쪽빛을 닮아

얇아도 밝고

가득해도 풋내가 있다

얇은 반달로 있어도 방 안의 모서리를 밝혀두고

둥근 밤에도 아직 덜 익은 향으로 남는다


굽히는 동안 유리창에 김이 오른다

나는 타이머의 짧은 심장을 듣는다

시간은 부풀어 오르고

생각은 식을 줄 모른다


그믐이면 너는 하늘에서 빠져나가고

나는 어두운 반죽 같은 밤을 가른다

네가 남긴 별의 부스러기를 읽는다


식힘망 위에 쿠키를 옮겨두면

사라진 빛이 냄새로 돌아온다

식힘망 위에서 식어가는 밤처럼

생각은 오래 따뜻하다

나는 굽는 법으로 너를 배웠다고

조용히, 한 입의 온도로 되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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