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마음 대신 써본다

#774

by 조현두

이별 뒤에도

너는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헤어졌고

각자의 하루는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고들 말했지만

사실 나는 아직

너와 함께 쓰던 시간의 여백을 접지 못한 채로 산다


아침에 컵을 하나 더 꺼내려다 멈추고

길을 건너다 말없이 네 이름을 불러본다

부르지 않아도

입 안에서 한 번쯤은 닳아야 하루가 끝난다


너는 이제

나를 모르는 얼굴로 어딘가를 걷고 있겠지만

나는 여전히

네가 앉던 자리에 빛이 먼저 스며드는 걸 본다

그 자리에 앉을 사람은 달라졌을 텐데

빛은 왜 아직 너의 모양을 하고 있을까


사랑이 끝났다는 말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남긴다

버리지 못한 말들

미처 전하지 않은 문장들

그리고

다시 만나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하는 마음까지


나는 잘 지내고 있다

이 말이 거짓이 되지 않도록

하루를 조심스럽게 사용하며 산다

하지만 가끔

아무 이유 없이 숨이 길어질 때면

그건 아직

너를 내려놓는 연습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


그리움이란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이미 지나간 것을

지나갔다고 인정하지 못하는 태도에 가깝다면

나는 오늘도 너를 붙잡지 않으면서

너를 생각한다


이별은 끝났지만

너를 향한 나의 문장은

아직 마침표를 배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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