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6
평생 기억할 일이라는 게
꼭 행복했던 순간이나
즐거웠던 날일 필요는 없다는 걸
나는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런 일들은
굳이 붙잡지 않아도
저 혼자 오래 남는다
미움 받았던 일도 아니고
내가 많이 아팠던 날도 아니며
누군가를 용서해야 했던 일 역시
끝까지 기억에 남지는 않더라
돌이켜보면
내가 평생 기억해야 할 일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던 얼굴
그 침묵 속에서
내가 이미 용서받고 있었다는 사실
그 일을 기억하며
나는 그럭저럭
사람 노릇을 하며
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