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7
눈이 오면
너에게 말해야지
지금 세상이 조금 느려졌다고
차가운 것들이
서로를 상처 내지 않으려고
잠시 멈춰 서 있다고
눈이 오면
너에게 말해야지
발자국이 길을 대신해 주는 시간이라고
어디로 가는지보다
누가 먼저 걸었는지가 남는다고
사람들은 자꾸
내일을 묻지만
눈은 오늘만 내린다고
지금 닿는 어깨와
지금 스치는 숨만을 믿으라고
눈이 오면
너에게 말해야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이 있다는 걸
말이 쌓이기 전에
침묵이 먼저 포근해지는 날
그때 나는
너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도
너에게 닿아 있을 거라고
눈이 오면
너에게 말해야지
그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너였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