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노을지던 뒷모습으로 기억하며

#778

by 조현두

배신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대개 너무 늦게 알아보는 일이다


나는 너를 떠난 쪽이 아니라

계절을 잘못 믿은 쪽에 가까웠다

눈이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외투를 꺼내 들었던 밤처럼


우리는 같은 강을 건넜지만

서로 다른 물살을 기억한다

너는 돌이 많았다고 말하고

나는 물이 깊었다고 말한다


돌아보면

내 손에 남아 있던 것은

붙잡았다는 감각뿐

잡고 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이미 젖어 번져 있다


그럼에도

내가 불을 피웠던 건 사실이다

금세 꺼질 줄 알면서도

마른 나뭇가지를 모아

숨을 불어넣던 저녁이 있었다


연기가 먼저 흩어지고

열기는 금방 사라졌지만

그 순간만큼은

추위를 속일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었다


사랑이란

끝까지 남는 것이 아니라

잠시라도

속이지 않았던 마음의 온도라면


허망함 속에서도

나는 그 온도를 부정하지 않는다

타버린 자리에 남은 재까지도

한때 불이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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