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조현두

엊저녁 고단했고 그래서 그냥 술이 먹고 싶었다

퇴근길 가장 가까이 있던 큰길 마트에서 얼른 들어가

차가운 소주병 하나 집어 들었는데


멀리서 내가 어렸을 때 사랑했던 사람이 보였다

그 옆에는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이 웃는데

그들이 가진 카트에는 한가득 먹을거리와

두 사람을 반반 닮은 귀여운 아이 하나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난 허겁지겁 소주만 챙겨서 마트를 나왔고

동네 빈 놀이터 헤진 그네에 앉아

빈 손이 될 때까지 소주병을 비웠다

어쩐지

빈 집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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