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by 조현두

시끌벅적한 늦은 오후가 지나고

따스한 해는 서녘으로 가며 붉은 하늘을 그릴 때

한적한 놀이터를 고요함이 적신다


낡은 그네는 흙냄새 가득한 바람에 밀려

축 처진채로 삐걱삐걱 대니

뙤약볕에 달궈진 미끄럼틀은 외로움에 뒤틀린다


하루 이틀

그리고 영원할듯하던 시간이 지나버리니

시소는 마주할 사람이 없어 멈춰버렸다


어린 시절 마음을 간직한 자들을 위해

아직 놀이터는 허리에 울타리를 두르진 않았지만

바닥엔 그저 나처럼 옛 생각이나 하는 사람 발자국만 정처 없이 찍혀있다


떠나간 사람들을 잊지 못한 그리움이

그네 앞에

시소 앞에

묻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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