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문고. 말 그대로 부대 가운데에 있는 도서관이다. 군부대에서 운영하는 도서관, 서재, 도서실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나는 이 문고라는 말이 참 좋다. 글월 문에 곳집 고를 붙여 글집, 글창고로 이해되는 게 도서관이란 표현보다 글 자체를 나타내니 더 정감이 간다. 내게 어쩐지 책이란 글보다 부담스러운 단어다.
진중문고에 대해 여러 정보는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나오니까 나는 그에 대해서 말하기보단, 이 진중문고 판형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진중문고 판형은 겉으로 보기엔 대중 도서관에 있는 책과 거의 유사한데 책 위아래로 초록색 띠지가 있고 책의 판촉을 위해 나오는 띠지도 표지에 함께 인쇄되어 있다. 즉, 띠지가 표지로 흡수되어 분리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점은 크기가 작다는 것이다. 나는 진중문고에서 '그릿'이란 책의 보통판과 진중문고판 모두 볼 수 있었는데 진중문고 판은 보통판 대비 70에서 80퍼센트 정도 되는 크기였다. 그렇다고 해서 책 내용이 다른 것은 아니고, 그냥 글자크기가 줄어들 뿐이다.
이 작은 책이 보기에 꽤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 나는 이 판형에 흠뻑 빠졌다. 게다가 책 크기가 작아 무겁지도 않으니 들고 있기에 부담스럽지도 않다. 만약 집에 책꽂이가 있다면 거기에 꽂힌 책들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 꺼내어 들어보길 바란다. 당최 내가 들고 있는 것이 덤벨인지 책인지.
진중문고는 학업이 주가 아닌 군인들에게는 여가생활에 가까우니 쉽고 가까이할 수 있는 게 우선 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실제 1년에 4번 선정되는 진중문고의 책들도 그런 주제들로 주로 선택되는 듯하다.
책의 크기가 갖는 가치.
물론 책이 무조건 작아야 좋은 것은 아니다. 전공서적이라던가 하는 책들은 양장이 되어 있어 변형에 강해야 한다. 또 책에 여백이 많아 내 생각, 연결되는 정보들을 기록하기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편얇고 작은 책이라 그 문장이 가진 깊이가 얕은 것이 아니고, 그 울림이 가볍다 이야기하기는 더욱 어렵다. 개인적으로, 사회에서도 진중문고 같은 판형으로 더 많은 책들이 나오길 바란다. 그런 책들이 고속도로 휴게소가 아니라 더 저렴한 가격으로 서점에 배치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책은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덜 부담스럽게 다가가야 한다.
두꺼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내가 대학원에서 읽던 '교육의 목적과 난점'이란 책을 개인정비 시간에 읽고 있었다. 무지 두껍고 양장되어 있는 책인데 선임들 입장에선 서른 살 후임은 과연 어떤 책을 읽는지 궁금했나 보다. 내게 동의를 얻고 내가 표시해둔 부분을 읽더니 자기는 학교 공부를 이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재미있는 책인 것 같은데 엄청 읽기 싫게 생겼단 이야길 했다.
1만 원도 안 되는 아기자기한 책들로 가득한 문고를 생각하며.
성북동 북카페에서 만난 책.
쉽게 읽을 수 있는 판형으로 예쁜 표지를 가지고 있는 책이 더 많이 보급되어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번 성북동에 북카페에서 여러 가질 느꼈는데, 그중 하나가 책이란 표지와 가격이 참으로 중요하단 생각이었다. 거기서 다소 촌스런 표지를 가진 시에 대한 얇은 책을 샀는데 가격이 1만 원이 넘어 흠칫 놀랐다. 물론 그 책은 지금 내 취미의 지평을 넓혀주었기에 만족하였지만 당시엔 구매가 망설여진 건 사실이다.
아무튼 책이 더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작은 판형에 책들이 더 많이 보급되어야 한다. 종이 질이 좀 떨어져도 좋다. 표지에도 글이 좀 적으면 좋겠다. 좀 잘 나간다는 책 뒤편 표지는 거의 배달음식점 광고판과 같아서 책을 팔기 위한 출판사의 처절한 몸부림과 노력이 느껴진다. 판촉은 띠지로 충분하지 않은 걸까. 하긴 책이 이렇게 큰 판형으로 나오는 이유도 판촉 문제라고 하지 않던가.
10여년 전, 나는 고등학교 도서부였고 거기서 부장을 했었다. 그 땐 책을 참 많이 읽었는데 어느 샌가 책을 읽지 않고 있다 군대에서 책을 다시 가까이 한다. 언제가 내 서재를 가지게 된다면 내 전공과 관련된 책 맞은편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놓아두고 싶다. 그보다 먼저 작은 책들만 파는 서점을 찾아가 볼까.
*브런치 표지는 페이스북에 페친이 촬영한 사진이며 제가 직접 촬영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덧붙여 저기 표지에 당신이 옳다란 책은 읽고 대충 2페이지 짜리 독후감써서 제출했더니 포상휴가 받았습니다.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수료해놓고 때론 고등학생 4학년 같은 선임분들 사이에서 너무 무리하는 건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여기서 이것저것하는게 퍽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