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을 지나야 이별하지

by 조현두

내가 옛날에 너한테 오지랖이었지

뭘 하든 하나하나 천천히 하라고

뭐 그리 급할 것 있냐고

그런데 이별엔 그것이 안되더라고

너무 괴롭고 힘들고

하늘이 파래서 싫고 하늘이 거뭇해서 싫고

그래서 한순간에 잊고 싶었지

아마 사랑에

순간

문득

어느새

덜컥

빠져버려서 그런지 모르겠어

한 순간에 사랑한 것처럼

한 순간에 잊을 줄 알았던 거겠지

근데 이별은 한걸음 한걸음 짚어 나와야 되더라고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순백의 눈밭을

정강이로 한걸음 한걸음 크게 밀어내면서

힘들면 내가 지나오는 그 길을 좀 뒤돌아보면서

내가 어떻게 사랑했었는지 돌이키면서

그렇게 봄이 올 때까지

언제 올지 모를 봄이 올 것처럼

찬바람에 맞서지만 온몸은 뜨겁게 적셔가며

그렇게 잊을 수 밖엔 없더라고

그렇게 헤어질 수밖에 없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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