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의자였습니다
지치고 지쳐 더는 걸을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지쳤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어찌 되든 앉을자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제 품을 내어주던 의자였지요
한때는
누가 절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눈떠보니 저는 골목 어딘가에 덩그라니
처음부터 골목과 함께 했던 것처럼
있었지요
나부끼는 솜 비스무리한 것으로
속을 채운 쿠션을 얹고
삐걱이는 나무로 되어 쾌쾌한 목공소 냄새가 날 것만 같고
어찌어찌 못 박히어선
비가 오는 날이면 누구도 모르게 조금 무르게 되어버리는 촌스런 싸구려 의자로 말입니다
그래도 의자는 누가 보아도 의자였나 봅니다
참 많은 사람들이 제 위에 앉았습니다
올지 어떨지 모르는 내일을 걱정하는 청년
자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한숨만 쉬는 엄마
헤어진 연인이 돌아볼까 기대하는 미련한 아가씨
부모의 기대를 얹고선 삶에 찌그러져버린 꼬마까지
와서 아무런 말 없이 털썩 앉는 그런
의자였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 사람이 자주 왔습니다
해가 지는 시간이 되면
그 사람은 절 찾아와
아니 앉을 곳이 무엇이든 간에 좀 더 나은 곳을 찾았는지는 모르지만
저에게 몸을 기대었습니다
거기서 태어나서 처음 우는 사람처럼 울곤 했습니다
하루 이틀 여러 날
그가 찾아오는 모습에 맞추어 저는 조금씩 닳아가고 있었습니다
십일 백일 천일
바람 부는 날엔 삐걱대며 흔들거릴 정도로
제 한쪽 다리는 짧아졌는지
어느 날부턴가 하나, 둘
의자를 찾는 사람은 줄어들어갑디다
그렇게 의자는 더 의자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의자는
툭
툭
툭
부러지더니
아무것도 없는 벌판
황량한 들판
그 위에 허수아비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꼭 무엇인가 하는 것만 같은
허무함을 큰 품으로 끌어안고
비어버린 머리로 알지도 못할 것을
그리워하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