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이 지나도 달라짐이 없다. 그 사실을 마주하니 당신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오가던 인삿말, 우스갯소리, 만나자던 약속, 공유하던 취향, 생각, 느낌. 그 모든 것은 그냥 내 착각으로 쌓은 눈사람이었다. 그저 며칠 먼저 연락하지 않았을 뿐인데 오늘 그 눈사람이 죽었다. 나의 관심으로 쌓아올린 애정이란 눈사람은 나 혼자 만든 것일까. 따뜻하던 눈사람이 죽은 자리에는 하얀 봉분이 소복히 만들어졌다. 당신과 나누던 그 감각들은 모두 차가운 햇살 아래서 졸졸 녹아내리고 말겠지만 나는, 당분간 그 봉분을 몇번이나 쓰다듬을 것만 같다. 며칠이 지나도 달라짐이 없는 그대와의 연락에서 사자인지 곰인지 모를 캐릭터만 맹한 얼굴로 내게 말걸고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