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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두

그건 너무 달아, 그건 너무 쓰고. 그가 원산지도 남미인가 동남아인가 알지 못하는 커피원두를 두고 고심한다. 그 꼴 하고 있는 걸 보자니 나는 그만 답답해지고 말아 이야기한다. 뒷 맛이 산뜻한게 좋다면 파란색 백에 포장된게 좋을꺼라고 귀뜸해주었지만, 그는 무슨 신생아 마냥 미간만 찌뿌리고 선뜻 선택하질 못한다. 커피 신생아 앞에서 몇분 더 기다렸지만 결국 나는 왜 선택하질 못하냐고 역정 아닌 역정을 내고야 말았는데 그의 대답이 가관이다. 너도 좋아하는 걸 고르고 싶어서. 이렇게 묵직한 쓴 맛 뒤에 달큰한 뒷 맛이 올라오는게 취향이라 널 만나는 것이라 말할까 했지만 관두었다. 아 왜 입꼬리는 내 맘대로 조절되지 않는지. 그러니 그에게 내가 어떤 뒷 맛을 남길지 살짝은 궁금해지고 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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