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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by 조현두

여자가 사는 집 근처엔 강이라 부를 수는 없고 시냇물이라 하기는 어려운 물줄기가 흘렀다. 물이 내어준 길을 따라 산책을 나오면 가느다란 봄이 한적한 여름이 되어가는 저녁을 맞을 수 있었다. 다만 그 하루는 하늘은 어슴푸레하고 또 바람이 걸리었던 날이다. 그날은 장미가 피었다. 적막한 가로등 불빛아래 새초롬한 장미들이 재잘대고 있었다. 그 붉은 장미들 목이 마를까 여자는 꽃머리에 들고 나온 물을 주며 이뻐하였고, 장미에게 먼저 주고 남은 물은 자기가 마셨다. 장미와 물을 나눠마시는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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