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오는 길

#291

by 조현두

마른 하늘은 뒤로 감춰둔 손에서

멀건 구름을 꺼내어 놓았고

이내 파란 웅덩이에

까슬까슬한 천둥을 그린다


여행이란 익숙한 곳을 떠나

어느 먼 곳으로 가는 일이라지만

먼 곳을 떠나 익숙한 곳으로 돌아오는 일까지

모두 마쳐야만 여행이란 끝나는 법이다


그래서 인가

생각할 틈도 없이 허겁지겁

다시 일상이 묻은 장소로 오는 이유란

그 먼곳에다

무언가를 두고 오기 때문이다


그래 우리는

아주 먼곳으로 가서 스스로를 그 곳에 놓아두고 온다

그래서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은 허겁지겁 쫓기고

그래서 여행에서 돌아오고나면 헛헛하고

그렇게 여행에서 무언가를 익숙하게 버리고 온다

익숙한 나를 먼 곳에 두고 온다

까슬한 바람에 흩어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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