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다 간다

#293

by 조현두

매미가 울다 간다

여름 볕이 뜨겁다고 소리 빽빽 지르더니

처량히 떠난다는 말도 없이 조용하다


개구리도 울다 간다

텁텁한 바람 목구멍에 걸릴적에

우직하게 울던 소리는 어느새 흩어졌다


고양이도 울다 갔다

비릿한 여름 내음 비치는 시절

슬그머니 다가온 인연을 가지고

새해엔 떠날 것이란 말도 하지 않고 가버렸다


그 아이도 울다 갔다

마음 속 어디에 숨겨둔 주머니가 있나

자기만 알고 있던 것들 꺼내보여주고선

하얀 발걸음으로 떠났다


너도 울다 갈까

나는 가만히 너를 내 가슴팍에 끌어당기어

미안하다는 말은 혀 끝에 걸려나오질 못해

탐탁치 않은 손끝으로 너를 매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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