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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두 Aug 24. 2024

눈 앞에 없는 사람에게 말 걸다

#572

난 여기에서 숨쉬며 살고

당신은 거기에 있습니다

내가 당신이 머무는 곳에 갈 수도 있겠지만

삶이 내게 마련해놓은 숙제들이 많아

좀 더 여기서 머물까 합니다


당신께서는 나 없이도

행복 할 수 있던 사람이다는 걸

나는 참 오래전에 알았지요

하지만 당신은 내 말을 믿지 못하고

나도 내심 그러지 않길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오후의 태양처럼 느리게 걷는 나는

이제 너무 당신으로부터 멀어져버렸나봅니다

그러다 어쩌다

당신도 나도

우리 함께 걷는 시간이 정말 있었는지 세월에 질문하는 마음이 됩니다


멀리 계절에 실려오는 소식이 있을겁니다

피하려해도 알게 되고

하늘을 보면 마주하는 것들 말이지요

그 중 행복, 성숙, 외로움, 그리움 따위 것은

모두 당신의 것인 줄 알겠습니다


그리고 당신만 괜찮다면

당신이 행복한 그곳에서 날 위한 편지를 써주면 좋겠습니다

비록 나는 결코 받아볼 수 없겠지만

하늘이 유독 맑은 날 바람이 불면

혹시 아나요 내가 당신을 느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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