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맨 손으로 만진 안경알 너머
풍경이 되어버렸다
잡히지도 않고 이 시간을 맴돌아 공전하는
어느 늦은 밤에 있던 이야기
첫 만남을 반갑게 맞이하던 얼굴과 웃음
낯설음보다 호기심을 건네던 목소리
경계 없는 사랑을 보여줄 사람이라는 느낌
정말 속절 없이 무너져내렸다
늦은 밤
늦은 밤
또 늦은 밤
몇번의 시간을 돌려보내야만 했던
내 어린 순수만이 부끄러움에
하얀 고개를 떨어뜨릴 뿐
오랜 시간이 불러온 굳은 살 솓은 마음만 더했다
때를 맞추지 못한 용기와
미련이 되어버린 사랑에는
되려 어린 수치심을 털어내는
사과가 있었다 날 더 부끄럽게하는 밤이 짙어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