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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두 Aug 26. 2024

기억의 파도

#578

그 파도는 언제부터 있었을까
고요히 수많은 계절이 지나간 자리 아래
기억은 부드럽게 쌓여만 간다


이름 모를 이방인들의 발걸음도
때로는 지친 사람들의 한숨도
파도에 밀려 썰물처럼 흐를 뿐


시간이 잠시 멈춘 듯 한 오늘 밤

달빛이 머물던 자리는
영혼에 새기어져 조용히 머무른다

말은 필요 없고 눈빛이 모든 것을 대신하리라

파도 같은 짧은 만남은 그러나 영원할 것 같은 순간이 될까
수줍던 파도는 비참하게 속삭이는 강물로 몸을 감추고 말았다

오늘 이 파도는 무엇을 위해 해변을 오르나

시간은 흐르고 모습은 사라졌지만
파도는 여전히 저 머물던 자리로 찾아오는 까닭만 측은하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모래가 쓸려도
그곳에 여전히

불쌍하게 머뭇거리는 사랑이 있으리라


그곳은 잊혀지지 않을 만남의 자리
영원히 흐르는 사랑의 기억을 품고
달빛이 쓰다듬던 모래알과 함께 파도는 지금도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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