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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두 Aug 26. 2024

일상죄악

#577

오랜만에 본 그 얼굴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얼굴

어느새 조금 늙었으나 생기있는 표정은 어느 지난 날의 사랑스러움을 품었다

내 아련한 부탁을 흔쾌히 받아주던 얼굴에 그림자는 언뜻 드리웠을지 모르겠다

그런 그림자에 현재를 빚졌다

누구나 삶은 누구나의 배려 혹은 희생으로 만들어지지만

아마 나는 평생 이 빚만은 갚지 못할 것이다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만들어 낸다면 폭력이라고 하던가

삶은 내게 때때로 폭력적이고

나는 그 폭력을 비열하게 그에게 나누었고

그는 희생하였다

내 오랜 차가 꽁꽁 어는 겨울이 올때마다

나는 그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와 나를 생각하던 너를 생각한다

사랑하였으나 사랑할 수 없던 시절들

사랑받지 못하는것보다 할 수 없기에 더 슬픈 인연들

내가 고통으로 정리해야 하였던 것들 사이에서 짓눌려버린 삶을 떠올린다

내 현재는 그 고통에 빚을 지고 있다

그가 나를 용서할지 너에게 묻는다면 너는 그저 날 위로 할지 모르겠다

너는 그도 위로할까

미움 받을까 멀리가지 않았고 아프게 할까봐 가까이 가지 않았다

내 언뜻 비치는 그림자에도 놀랄 수 있을테니까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모든 것이 사라진 나를 너는 사랑할 수 있을까

안개 낀 아침으로 가을이 오고 죄악의 위에서 세워진 일상이 여린 촛불처럼 질문한다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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