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7
오랜만에 본 그 얼굴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얼굴
어느새 조금 늙었으나 생기있는 표정은 어느 지난 날의 사랑스러움을 품었다
내 아련한 부탁을 흔쾌히 받아주던 얼굴에 그림자는 언뜻 드리웠을지 모르겠다
그런 그림자에 현재를 빚졌다
누구나 삶은 누구나의 배려 혹은 희생으로 만들어지지만
아마 나는 평생 이 빚만은 갚지 못할 것이다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만들어 낸다면 폭력이라고 하던가
삶은 내게 때때로 폭력적이고
나는 그 폭력을 비열하게 그에게 나누었고
그는 희생하였다
내 오랜 차가 꽁꽁 어는 겨울이 올때마다
나는 그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와 나를 생각하던 너를 생각한다
사랑하였으나 사랑할 수 없던 시절들
사랑받지 못하는것보다 할 수 없기에 더 슬픈 인연들
내가 고통으로 정리해야 하였던 것들 사이에서 짓눌려버린 삶을 떠올린다
내 현재는 그 고통에 빚을 지고 있다
그가 나를 용서할지 너에게 묻는다면 너는 그저 날 위로 할지 모르겠다
너는 그도 위로할까
미움 받을까 멀리가지 않았고 아프게 할까봐 가까이 가지 않았다
내 언뜻 비치는 그림자에도 놀랄 수 있을테니까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모든 것이 사라진 나를 너는 사랑할 수 있을까
안개 낀 아침으로 가을이 오고 죄악의 위에서 세워진 일상이 여린 촛불처럼 질문한다
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