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
밤하늘에 은빛이 번져가고
손끝에 닿을 듯 가까이 있던 빛은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진다.
멀리서 반짝이던 불씨들 마치 길을 약속하는 듯 빛났지만,
그 길은 환영 속에 감춰져 있다.
손을 뻗어보지만,
바람이 전하는 속삭임은
희미하게 퍼져가는 낙담을 담고
그림자 속에 숨겨진 장난에 홀린 자들은
눈이 가려진 채 허무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빛은 이제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어둠 속에서 흔들리다 사라지는
한때의 환영일 뿐.
밤은 깊어만 가고
모든 것은 조용히
어둠에 잠긴다
긴 여름의 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