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갓난이가 집안 큰 어른 되고
뒷산 살던 고라니도 살 곳은 잃었지만
하나 바뀌지 않은 것은
마을로 들어가는 오랜 다리의 존재
내가 널 기다리고
니가 날 보고 웃어주던 그 자리는
몇번의 폭풍과 사고도
우람히 견디어 꿋꿋하였다
안온한 세상
되먹지 못한 마음으로
비틀대며 걸어가는 사람들 잡아주던
오랜 다리는 이제 찾는 사람 없이 낡아만 간다
옅은 노을지는 하늘 아래
나는 이 자리에서
흐르는 물결에 어렴풋이 비치는 그림자를 본다
새로이 흐르는 맑은 물에 오랜 다리가 바스라지고 있다
별빛 아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