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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두 Sep 01. 2024

거기엔 다리가 있었다

#588

마을 갓난이가 집안 큰 어른 되고

뒷산 살던 고라니도 살 곳은 잃었지만

하나 바뀌지 않은 것은

마을로 들어가는 오랜 다리의 존재


내가 널 기다리고

니가 날 보고 웃어주던 그 자리는

몇번의 폭풍과 사고도

우람히 견디어 꿋꿋하였다


안온한 세상

되먹지 못한 마음으로

비틀대며 걸어가는 사람들 잡아주던

오랜 다리는 이제 찾는 사람 없이 낡아만 간다


옅은 노을지는 하늘 아래

나는 이 자리에서

흐르는 물결에 어렴풋이 비치는 그림자를 본다

새로이 흐르는 맑은 물에 오랜 다리가 바스라지고 있다

별빛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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