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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 Mar 23. 2019

브랜드 개편과 초신선

정육각은 3월 21일 기점으로 브랜드가 개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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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 전 표면을 어떻게 개선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전사적으로 몇 달간 계속됐는데, 크게는 메인 페이지 레이아웃 변경, 브랜드 키 비주얼 제작, 상세 페이지 전면 교체가 있었다. 슬로건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신선한 정육점]이 결정됐다.​


브랜드 사이트 쇼핑하기 페이지


초신선과 이미지

정육각에는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달걀, 우유, 쌀이 존재한다. 치열한 고민 끝에 세상에 나온 특별한 식재료들을 브랜드에 포함시키는 동시에 개성을 보존하는 형식을 찾아야 했다.

    먼저 '초신선'에 대한 시각적 개념이 설정되어야 했다. 가공되기 전 날것(Raw)의 이미지가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사실상 이 부분이 시각화에 있어 가장 어려운 지점이었다. 식재료를 날것에 가깝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살아있거나 혹은 살아있던 시점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시제 설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BJ엠브로의 유튜브


리뉴얼 시점에 우연히 먹방으로 유명한 BJ엠브로의 영상 하나를 보게 되었다. 돼지 100kg 한 마리를 통으로 구워서 먹는 것이었다. 나는 영상을 보는 내내 조금은 위태로운 감정을 느꼈다. 영상이 콘텐츠로서의 가치와 도덕적 잔인함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BJ의 능숙한 진행과 유머러스한 분위기 덕분인지 네티즌들은 대부분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다. 영상 끝자락에 인상적인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BJ는 혹시나 잔인하게 느꼈을지 모를 대중에게 정중히 사과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착한 인성에 놀란 것도 있지만 통돼지를 먹는 행위가 사과까지 해야 할 일인가에 대한 의아함이 생겼다.

    자극적 이미지를 원하는 대중의 욕망에는 묘한 모순이 있는 것 같다. 강한 자극을 원하지만 동시에 윤리적 가책은 덜어내고 싶어 하는 것. 양가적 감정 사이에서 방황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직접 먹어야 하는 식재료에 있어서는 날것에 가까운 이미지가 더 큰 심리적 갈등을 유발할 것 같았다.

위 이미지는 돼지고기 카테고리를 대표하는데, 세상에 나오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대부분은 이미지로서의 미학적 가치와 잔인함 사이의 균형이 깨진 것 같았다. 세밀하게 설계된 미장센이 필요했다.

    신선한 고기를 뜯는 남자 손을 통해 대략적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데, 나이가 지긋한 손은 가급적 지양했다. 나이 든 손은 '신선함'보다 고기를 잘 다루는 '장인'으로 클리셰화 됐기 때문이다.(백종원이 새마을 식당에서 지육을 짊어진 연출 의도를 떠올려본다.) 정육점 하면 떠오르는 핏기 가득한 흰색 작업대가 아닌 깨끗한 나무 위에 고기를 배치했다. 광량이 충분한 배경 설정 역시 시각적으로 의도한 부분이다. '빛'자체가 주는 깨끗한 이미지를 이용했다. 거대한 고깃덩이가 주는 자극성을 여러 장치를 통해 반감시켜 나가자 브랜드가 지향하는 '초신선'이라는 정체성이 흔들렸다. 개인적으로 이번 리뉴얼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


    아래는 나머지 상품들의 키 비주얼이다. 닭의 경우 초신선 콘셉트에 맞게 가장 신선한 빛깔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소는 물속에서 숙성되는 워터 에이징 방식을 소재로 삼았다. 아직은 이 숙성 방식이 대중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사실 그대로의 재현보다 광고적 연출을 택했다. 쌀의 경우 햅쌀맛을 유지하는 '냉장 저장'이라는 정체성과 패키지의 유니크함을 표현하기 위해 서늘한 냉장고 속이라는 배경을 이용했다.

초신선과 색 설정

아래는 리뉴얼 전/후의 웹사이트 메인 페이지 모습이다.


리뉴얼 전 메인 페이지 모습


리뉴얼 후 메인 페이지 모습


리뉴얼 전은 제품 패키지와 'IT를 기반으로 한다'라는 뉘앙스가 강하게 전달되었던 것 같다. 당시에도 ‘초신선’을 어떻게 시각화할지에 대한 고민은 했었지만 뚜렷한 답을 찾지는 못한 상태였다.

    브랜드 개편이 결정된 뒤 디자인팀은 'Vibrant'와 'Clear'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설정했다. 이는 초신선 식재료를 받치는 시각적 형식에서도 활기차고 선명한 느낌을 고객이 받았으면 했기 때문이다.(제품 색이 선명하다는 고객 피드백도 영감의 대상이 되었다.)

    브랜드 키 컬러는 육류를 떠올리는 레드 컬러로 설정됐다. 하지만 정육전문 카테고리를 떠올리는 'BARN RED'계열은 피하고자 했다.(브랜드 아이덴티티 설정에서 가장 지양했던 부분) 많은 고민 끝에 ‘정육각 레드’는 명도와 채도가 높은 'IMPERIAL RED'와 'RASBERRY RED'의 중간 어디쯤으로 설정됐다.(선명하면서도 예쁜 레드를 찾고자 했다.) 또한, UI 인터페이스를 고려해 보색 계열인 'SCUBA BLUE'를 컬러 팔레트에 추가시켰다.



ui에서 강한 브레이크 역할로 사용된 보색 설정


리뉴얼된 상세페이지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도축일 확인 영역'에서 정보를 의도적으로 가리자는 아이디어가 이 시점에 추가됐다. 사용자가 스크롤을 내릴 때 이 지점에서 강한 브레이크가 걸리길 바랬다. 다양한 시각적 장치를 고민하다 색 충돌에 가깝게 보색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열렸을때 모습. 배색은 문자에서의 강조 역할로도 사용됐다.


소비자 접점과 광고 이미지

대중은 광고를 통해 브랜드와 만난다. 아무리 내부공사를 열심히 해둬도 진입할 수 있는 루트가 없다면 헛수고가 아닐까. 아래는 리뉴얼 과정을 거친 키 비주얼을 GDN형식에 맞춰 사이즈 베리에이션 한 결과물이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디자인 키워드를 바탕으로 최대한 생생한 감성을 전달하고 싶었다.


초신선을 테마로 한 GDN 광고 소재


정육각은 다양한 위성 플랫폼들을 통해 신규 고객과의 접점을 최대한 열어두고자 한다. 디자인적으로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매체에 공통으로 들어갈만한 비주얼 테마 하나가 더 필요했다. 다양한 매체에서 유연한 비주얼 콘텍스트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자극적인 '초신선' 이미지로는 한계가 있었다. 조금 더 시각적으로 중립적(Neutral)이면서 정육각을 상징할 수 있는 이미지가 필요했다. 마케팅팀에서 제안한 ‘상품을 우리 무드에 맞게 진열시켜보는 것이 어떨까요?'라는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위성 플랫폼에 공통으로 사용된 브랜드 테마

리브랜딩 당시 로고를 공간적 개념으로 접근한 것이 생각났다.​ 로고를 크게 해 제품들을 그래픽적으로 배치하는 것이다.(로고 스케일이 커지면 굵기 때문에 시각적 균형이 무너지는데 이 때문에 '비례에 맞게 두께를 조절한다'라는 디자인 가이드가 당시 추가됐다.) 이 공간만큼은 정육각이라는 브랜드의 배타적 영역이라는 것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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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각 브랜드 리뉴얼'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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