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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 Apr 16. 2024

모호한 UX 라이팅이 문제라고요?

라이팅에 구체성을 더해 매끄러운 UX 만들기

구체성은 사용자에게 눈앞의 문제를 해결할 힘을 줍니다.


모호하게 느껴지는 모바일 인터페이스를 살펴보면 라이팅이 구체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서비스 규모가 커질수록 인터랙션 경우의 수는 방대해집니다. 이 경우 불어난 레이블이나 토스트, 팝업 등에 포괄적인 라이팅을 적용해 대응의 기동성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unsplash


분명 제작자 입장에서는 한 번에 여러 케이스를 대응할 수 있는 가이드가 생겨 편해집니다. 하지만 정작 사용자는 개별 화면들의 떨어지는 구체성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구체성을 지향하는 UX 라이팅은 사용자가 자신의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정보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는 앱에 대한 호감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호함을 줄이는 것은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지금부터는 예시를 보며 모바일 환경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호한 인터페이스와 조금 더 나은 방향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삭제에 방지턱이 있는 이유

모바일 환경에서 사용자가 구성요소를 삭제할 때 승인 팝업과 만나게 됩니다. 이 경우 보편적인 흐름의 삭제에는 아래 왼쪽의 케이스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구성요소 삭제 시 사용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손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가 약해진다면 승인 팝업의 방지턱을 의도적으로 높여야 합니다. 영양제, 식단 관리 앱인 [필라이즈]는 영양제 정보가 있으면 더 좋은 추천과 분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사용자가 관련 데이터를 삭제하려고 할 때 좌측처럼 인터페이스가 심플하게 제공되면 어떨까요? 글자가 많아지고 디자인이 조금 못생겨지더라도 알아야 할 정보가 있다면 충실히 알려주는 편이 낫습니다.

좌측 : 직접 제작, 우측 : 필라이즈



개념어 설명하기

사용자는 개념어를 만나면 일단 멈칫하게 됩니다. 기획자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익숙하니 사용자가 개념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단어를 아는 것과 인터페이스 상에서 해당 용어와 직접 마주치게 되는 것은 무척 다릅니다.


‘클린봇’이라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개념어가 좌측처럼 사용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사용자는 용어 자체에 긍정적인 뉘앙스가 있어 용어를 몰라도 무의식에 확인을 누르게 됩니다. 모호함을 가진채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반면 우측의 치지직에서는 클린봇에 대한 설명과 긍정적인 아이콘이 함께 표현됩니다. 제작자는 지식의 저주를 풀어내며 서비스 전체의 모호함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한 두장의 모호함이 쌓여 앱 전체 경험을 무디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좌측 : 직접 제작, 우측 : 치지직



익영업일에 관해서

금융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때 종종 '익영업일'이라는 단어를 보게 됩니다. 익영업일이라는 다소 무거운 단어를 쓰는 이유는 '공휴일을 뺀 다음 날'이라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래는 일상에서 이 단어가 쓰이는 예시입니다.

1. 로또당첨금 지급기한은 지급 개시일로부터 1년이며 휴일인 경우 익영업일까지입니다.
2. 접수한 내용은 익영업일까지 결과를 확인드립니다.
3. 포인트 현금화 신청 후 계좌입금은 당일 처리되나 일부 익영업일 처리가 될 수도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익영업일의 뜻을 풀이해 주는 페이지들


사실 인터페이스에 이런 단어들을 그대로 쓸지 말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길이가 짧아 인터페이스에 넣기 경제적이고, 관습적인 용어에 더 편한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수표 자금화', '당발송금', '현찰 매도율' 같은 단어들도 여기 속합니다.(처음부터 '수표 현금화', '해외로 외화송금', '고객이 외화현찰을 살 때 환율'로 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우측처럼 단어를 이해하기 쉽게 푸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사용자 경험은 글자나 디자인 요소가 사용자의 흐름을 멈칫하게 하거나 오해하지 않게 하는 것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한 금융 서비스를 참고해 직접 제작



포괄성보다는 구체성

모호함을 피하는 UX 라이팅은 사용자가 디지털 제품과 상호작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줄이고, 각 기능을 이해하고 사용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최소화합니다.


그런데 포괄성은 이를 방해하는 커다란 요소입니다. 사용자가 정보를 잘못 입력했을 때 좌측 같은 팝업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 요청한 값이 부족하거나 올바르지 않습니다
- Request failed with status code 500

사용자는 정확히 어떤 내용이 부족한지 다음 액션은 어떻게 할지 헷갈리게 됩니다. 아마 오늘 주제에서 가장 많이 목격할 수 있는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개발 리소스는 부족하고 대응해야 하는 케이스가 늘어날 때 이러한 방법을 많이 취했습니다. 그리곤 '이 케이스는 다음 배포 때 구체적으로 바꿉시다.' 같이 UX 부채를 쌓아가는 식으로 개발팀과 커뮤니케이션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지금 당장 너무 포괄적이거나 더 잘못된 개발 지향적인 언어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팀에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능하면 각 맥락에 맞는 구체적인 UX라이팅을 최대한 지향하는 것이 옳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금융 서비스를 참고해 직접 제작



예외 상황에 대한 언급

명확한 UX 라이팅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좌측 예시처럼 로딩 스피너 발생 시 다양한 예외상황(와이파이 끊김 등)에 의해 제대로 완료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사용자는 '데이터를 불러오는 중입니다.'라는 문장 만으로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이때 우측처럼 '로딩 중 앱 종료 시 데이터가 유실될 수 있습니다.' 같은 보조 문장을 더해 최악의 오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흔히 디자인이 뺄셈의 예술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용자 경험 디자인에 있어 이러한 도그마는 많은 부분 방해가 됩니다. 실물이 있는 제품 디자인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용자 경험이 디지털로 옮겨졌을 때 유저는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시간성을 갖고 흐르며 수많은 인터랙션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맥락별로 더 나은 UX 디자인의 선택지가 분명히 존재할 것입니다. 저는 UX 디자인 결정에 있어 너무 함축적인 것보다는 구체성에 무게를 두는 편이 사용자의 전체 흐름을 매끄럽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곧 사용자 친화적인 디지털 제품으로 연결된다고 믿습니다.



'모호한 UX 라이팅이 문제라고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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