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imum Viable Product
MVP란 최소한의 자원을 동원해 만든 제품이 시장에서 생존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를 최소 기능 제품(Minimum Viable Product)이라고 부른다. 이 개념은 린 스타트업의 저자 '에릭 리스’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로 최근까지 스타트업 경영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비스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다면 인력, 자금, 시간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처럼 상대적으로 자원이 더 부족한 환경에서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는 경우, 처음부터 모든 자원을 투자해 100%를 구현하는 것은 큰 위험을 내포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소한의 투자를 통해 더 투자할 가치가 있는 제품인지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그 무언가를 만드는 것, 그것이 가장 기초적인 문제입니다. 시장에서 버려진다면, 아마도 그건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했을 겁니다.”
– Y Combinator의 공동 창업자이자 투자자, 폴 그레이엄
이 판단의 주인공은 창업자나 제작자가 아닌 시장에 있다고 보는 것이 현명하다.
예를 들어 배달 앱을 MVP로 구현하고 싶은 창업자가 있다고 치자. 이미 공룡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태다. 창업자에게는 차별화되었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가 있긴 하다. 신속히 MVP를 통해 시장 생존력을 검증해보고 싶다. 하지만 창업자는 이내 고민에 빠진다. 시장의 성숙도가 생각보다 높기 때문이다. 만약 핵심 아이디어만을 위주로 앱이 출시되었는데, 다른 배달 앱에 비해 디자인은 물론 로그인이나 메뉴 선택 등이 잘 개발되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자. 이는 고객 사용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성숙한 시장이 기대하는 최소 기능에는 최소한의 심미성, 로그인이나 메뉴 선택 등이 포함되어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면 제대로 된 가설 검증은 불가능해진다. 즉, MVP에서 말하는 '최소'란 제작자가 아닌 ‘시장’에서 기대할만한 최소한의 품질과 기능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전반적으로 질 낮은 제품을 뜻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
앞 서 말한 가상의 창업자에게는 이미 기성 시장이 존재했다. 만약 이와 달리 새로운 아이디어라 시장의 존재 여부 조차 모르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드롭박스 사례를 통해 약간의 실마리를 엿볼 수 있다.
드롭박스는 파일 동기화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한 웹 기반 파일 공유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드롭박스가 처음부터 파일-싱크 (file-sync) 솔루션에 소비자가 돈을 지불할 것이라 낙관한 것은 아니었다. 드롭박스는 파일-싱크라는 핵심 아이디어가 생긴 후 막대한 자원을 들여 바로 제품을 구체화하지 않았다. 대신 약 3분가량의 시연 동영상 제작 후 사람들의 반응을 테스트했다. 영상에는 드롭박스의 앞으로 가능성들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영상이 공개된 후 하룻밤 사이 드롭박스 회원수는 5천 명에서 7만 5천 명이 넘었다. 진심을 전달하는 데 있어 화려한 영상미 대신 투박한 손그림만으로도 충분했던 셈이다. 이 과정에서 실존하는 제품은 하나도 없었지만 드롭박스는 시장의 존재 여부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4eTR7tci6A
세계 최대의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의 원래 이름은 AirBed & Breakfast 였다. 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는 샌프란시스코에 허름한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지만 월세 내기도 힘든 형편이었다. 마침 인근 지역에서 디자인 컨퍼런스(IDSA)가 열렸고, 컨퍼런스 참가자들은 다체로 호텔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은 컨퍼런스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에 숙박을 제공하기로 했다. 단순한 웹사이트를 만들어 사진을 올렸다. 얼마 안가 호텔을 찾고 있던 3명의 디자이너를 손님으로 받을 수 있었다. 에어비앤비는 미래의 잠재 고객이기도 했던 3명의 손님을 통해, 꼭 호텔이 아니어도 낯선 이의 집에서 숙박할 의사가 있다는 시장의 존재여부를 밝혀 낸 것이다.
아이디어가 개인 혹은 대중의 통점(Pain Point)에서 시작되었다면, 그 가설이 실제로 시장에서 유효한지를 검증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MVP에는 크게 Biild - Measure - Learn 세 단계가 존재하는데 이들이 모여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가 형성된다. MVP에 피드백 루프가 필요한 이유는 시장 반응을 통한 지속적인 제품 개선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사실상 제품이란 완벽함에 도달할 수 없는 미완결성을 전제로 한다. 이는 UI도 마찬가지다.
피드백 루프 과정은 처음부터 고심에 고심을 거쳐 사격한다기보다, 대략적인 조준 뒤 사격 - 표적지 총알 자국을 분석해 빠르게 영점을 수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피드백이 쌓여있지 않은 최초 Build는 그야말로 실험(Experiments)에 가깝다. 다양한 외부 사례나 이론 등을 조합해 가설을 설정한다. 가설을 바탕으로 시장 기대에 최소한 부합하는 제품을 만든다. 단, 핵심 기능의 완성도만큼은 신경 쓴다. 시장 생존력을 검토하는 단계니 많은 기대는 금물이다. Build가 힘을 얻는 시기는 피드백 루프가 충분히 반복된 이후이기 때문이다.
Build 된 제품은 시장에서 다양한 피드백을 얻게 된다. 이때 구글 애널리틱스(GA)나 페브릭(Fabric), 파이어 베이스(Firebase) 같은 툴들을 통해 정량적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 정량화된 데이터에는 고객의 클릭수, 잔존 시간, 이탈률, 구매 전환 같은 것들이 기록된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초 가설의 타당성을 검토한다. 또한, 정량화되지 않는 정성적인 데이터(리뷰)들을 대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측정된 데이터를 통해 시장에 대해 배우고, 내면화하는 단계다. 최초 가설들이 대폭 수정될 수 있기 때문에 인내가 필요한 단계이기도 하다. 이 과정을 거쳐 성숙된 가설이 수립되다. 조금 더 나아진 가설을 기준 삼아 다시 Build 한다. 피드백 루프를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레 제품이 시장에 맞아가는 것(Product-Market Fit)을 느낄 수 있다. 낮게 실패하는 것을 거듭하다 보면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