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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SONG Apr 16. 2021

소리 담는 그릇 소음 담는 깡통

색소폰 비법, 악기 이야기

색소폰으로 영화음악을 연주하는 영상을 보았다.


그냥 영화음악일 뿐이었다. 색소폰의 특성이나 아름다움은 찾을 수 없었다. 박자만 잘 읽고,  금속이 내뿜는 소리 정도가 전부로 느껴졌다. 아쉽게도 아름다움은 찾을 수 없었다. 그는 나름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연주자이다. 댓글에 극찬도 있었지만, 표현 없이 비웃는 사람도 분명 있었을 것 같다.


색소폰을 부는 사람들은 부는 것이 음악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부는 것 이외에 감성과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호흡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단지 신나는 곡으로 끝나기도 한다. 잘 달리기만 하는 고속 열차처럼 곡은 어찌어찌 흘러서 도착한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단점을 지닌 타인에 대해서 관대하지 않듯, 영혼 없는 겉핥기 연주 여행에 대해서 스스로를 발견하고는 악평을 심하게 쏟아내기도 한다.


색소폰 동호인 중에는 정말 겨우 연주를 하는 사람이 많다. 또한 타고나게 영혼 없는 표현으로 연주를 하기도 한다. 지닌 성격도 아쉬운 연주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자랑이 아니다. '학교 종' 한 곡에도 정말 종소리가 들리듯 연주하려는 자세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 다스리고 귀 기울이는 호흡의 중요성에 집중해야 한다.


"영혼을 담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 해답은 영혼을 담으려 태도이다. 아는 곡을 그냥 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 곡의 깊이를 더 많이 생각하고, 우습게 대하지 않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을 통한 성실한 연습도 기본이다. 무엇을 대하는 '태도'가 바르다면 대충 연습하고 거짓 감성으로 연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담을 가지거나 너무 어렵게 대해서 곡을 무겁게 만들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외우고 또 외워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이 곡에 들어 있음을 알고, 가슴에서 나오는 연주를 하려고 한다면 좋은 호흡을 서서히 느끼게 된다. 그것이 감성을 알아가는 중요한 시작이다.


연주가 너무 가벼워도, 또는 답답할 정도로 너무 무거워도 감성은 잘 전해지지 않는다. 분명한 자신만의 소리를 지니고, 곡의 흉내가 아닌 표현하려는 노력으로 연습하고, 그 후 자연스러운 노래가 나올 때 더 좋은 연주로 듣는 이에게 전달된다.


세종시에서 예술의 밤 행사에 참석했다가 퓨전국악 팀의 '씀바귀'라는 곡을 들었다. 노래하는 사람이 시를 노래에 담고, 그 시가 지닌 감성을 잘 전달하고 있었다. 그것이 음악이고, 예술이라는 생각은 그동안 음악을 가볍게 대했던 태도를 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영혼 없이 연주하거나, 거짓 감성을 억지로 보여주는 색소폰 연주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날 행사에서 성악가의 '세호락'이라는 세종 찬가도 들었다. 정말 잘하는 노래가 지닌 감동과 힘이 '예술'이라는 단어와 잘 맞는다는 것에 조금은 질투도 났다.


색소폰 하는 사람은 무식하고, 가볍고, 저속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것이 연주나 음악에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다. 하지만 그것이 그 사람이고 결국 그 사람의 음악이었다. 정말이지 '전부'라는 사실을 몇 번이고 공감했다. 예술이라는 단어를 빼앗아도 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악기(樂器)는 음악을 담는 그릇이다. 색소폰 역시 영혼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다.


하지만 그런 그릇에 귀신이 다 핥아먹어버린 얼어붙은 쌀밥을 담은 거지의 깡통을 만들어야 하는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을 정성껏 담은 그릇의 생기를 아는가? 그 상상은 그것만으로도 맛이 느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연주를 해야 한다. 소리는 내려는 사람의 태도와 자세에서 출발하고 그것은 영혼이 느껴지는 호흡을 가져다준다.


나의 그릇, 나의 색소폰 소리에 혼을 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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