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경험 in Tokyo 커 알못은 가이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커피 소비량은 세계 6위 한 사람당 일 년에 400여 잔의 커피 마실 만큼 커피 애호 국이다.
나도 여느 우리나라 사람과 다르지 않게 커피를 좋아하는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 혹은 피곤할 때 자양강장제처럼 마시던 것을 요즘엔 스페셜티 커피가 대중화되면서 나도 조금씩 커피 원두 본연의 맛에 조금씩 주목하고 있다.
일본도 일찍이 히데노리 이자키라는 바리스타 챔피언을 냈으며 푸어 오버, 사이폰을 이용한 추출로 헤게모니를 만들어낸 커피 선진국이다.
마침 도쿄에 여행을 간다고 하니 빈 브라더스의 Dean이 도쿄 specialty Cafe List를 추천해주었고 그중 Fuglen과 Light up coffee 두 곳의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들을 방문해 보았다.
도쿄 여행을 간다고 하니 말없이 2시간 후에 카페 리스트를 뽑아주셨다 ㅠㅠ Dean 짱짱맨
Light up coffee
드립 한 커피를 비커에 담아주었고 얼음을 담은 컵을 따로 내어주어 조금씩 따라서 마실 수 있었다,
또한 커피 명함을 끼울 수 있도록 홈이 페어진 쟁반이 인상 깊었다
커피 명함을 농장이름 가공방식뿐만 아니라 얼마큼 숙성되었고 생산 고도까지 표기되어 있는 게 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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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glen
푸글렌은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점이 있고 아시아에는 유일하게 도쿄에 지점이 있다고 한다. 북유럽 사람들은 차처럼 연하게 커피를 내어 하루에 7~8잔씩 마신다고 하는데 푸글렌 역시 묽으면서 산미가 강한 게 특징이었다. 이미 너무 유명해진 바람에 사람들로 가득 차서 테이크 아웃 잔으로 마셨다. 재미있었던 점으로는 슬리브 대신 컵을 하나 더 겹쳐서 준다는 것
일본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Tall size가 360엔 정도로 우리나라보다 조금 싼 편인 반면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들은 보통 600엔 정도로 일반 커피에 비해 약 1.5~2배 정도 비싼 편이다. 우리나라 커피 수준이 이미 올라서 인지 커 알못인 나는 별다른 특별함을 느끼지 못했다 ㅠㅠ
좋은 원두에 맛있다고 유명한 커피인데 왜 나에게는 특별하지 않게 느껴졌을까?
사실 맛을 객관화하는 과정은 매우 어려운 것 같다.
커피 맛을 알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바리스타들도 커피를 맛보고 연상되는 혹은 연상된다고 학습되는 맛을 기억하며 훈련한다고 하는데
조금 극단적인 예시 같지만
요즘 사이코패스 성향은 대부분 아동기 때 발견되고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속적 관리만 해주면
보통의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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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치료할 때 예를 들어 누군가 죽어서 사람들이 울고 있는 장면을 보여줬을 때 공감 능력이 부족한 그들은 스스로 느끼지 못하기에 그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며 왜 사람들이 슬퍼할까? 누군가 죽으면 그 사람의 가까운 사람들이 슬퍼한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가르쳐주는 훈련을 통해 공감능력을 후천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고 한다.
커피 맛을 감별하는 훈련과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더 좋은 예시가 떠오르지 않는다 ㅠㅠ)
맛이라는 요소에는 섭취하는 음식 말고도 그날의 조명, 기분, 후광효과, 미각의 예민함, 취향까지 정말이지 다양한 맥락적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스페셜티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제까지 알고 있었던 커피와 다른 커피 경험을 할 수 있어서이다 예를 들면 기존 커피에서 쓴맛이나 탄맛이 디폴트였는데 커피 원두에서 귤 맛, 딸기잼 맛, 견과류 맛 등기존에 알고 있던 커피맛이 아닌 맛이 나는 것이 재밌어서이다. 그리고 사실 이러한 경험은 혼자서는 하기 힘들고(커핑 하면 거의 구별 못한다 ㅋㅋㅋㅋㅋㅋㅋ) 가이드가 있어야 하는데 일본에서는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으니 좋은 원두를 먹어도 커 알못은 좋은 원두인지 알 길이 없다.
의외로 감동은 블루보틀에서 있었다.
일본 방문 9일 중 둘째 날 신주쿠에서 우연히 블루 바틀을 지나게 되었고 형은 아직 오지 않았고 한국에서 부탁받은 게 있어 블루보틀에 들러 카드로 커피 한잔과 원두를 샀다.
그러나 블루보틀이 특별한 이유는 로스팅한 지 48시간 이내의 원두를 판매하는 것이 특징인데 아직 귀국일까지 일주일이 남은 원두를 사 가면 그 특장점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 떠올라 양해를 구하고 환불을 요청했고 친절하게도 환불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환불처리에 문제가 생겼다.
블루보틀 직원도 원인을 몰라 잠깐 기다려 달라고 했고, 나도 방금 사놓고 바로 환불한 게 미안해 잠자코 앉아 있었다.
또 다른 직원분이 오더니 자신은 헤드 바리스타라고 하며
한국에서 왔느냐?(내 얼굴에 한국인이라고 쓰여있나 보다)
한국인이라고 하니 “순두부 맛있어요”
과연 블루보틀 CEO가 두 번째 해외 진출국으로 한국을 선정하게 된 계기가 어떤 매장을 가나 한국인이 5명 이상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해서인지 메뉴판에 한국어도 쓰여있다는 이야기
커피 추출법과 맛
어떤 커피 맛을 좋아하느냐?라고 해서 과일 단맛이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고 하니 이 커피 저 커피를 내려주며 시음을 해줬는데 정말 과일향과 단맛이 났고 거의 인생 커피에 가까웠다.
커피에서 열대과일 향이 난다. 커피는 원래 과일이다
어떻게 바리스타가 되었는지
자신은 시골에서 자랐는데 제대로 된 카페가 없었다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카페에서 일하는 것을 동경하다가 바리스타가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30분 정도 지나 백화점 사무실에서 직원이 와서 담당 직원들이 모두 퇴근해버려 바로 해결은 어렵고 다시 방문해달라고 고개를 부담스러울 정도로 숙이며 사과하는 통에 불쾌하기는커녕 오히려 나에게 시간을 너무 많이 쏟게 만든 것 같아 미안하기까지 했다.(다.. 당한 건가?)
결국 출국 전날 다시 걸음을 했고
새롭게 로스팅된 원두를 들고 귀국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의 거울
엘리베이터가 생기던 초창기에는 엘리베이터가 속도가 느려 불만이 많았고 이에 거울을 설치해 탑승객이 거울을 보며 엘리베이터에서의 시간에 무감각해져 더 이상 불만을 제가 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헤드 바리스타의 서비스도 비슷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카드는 돈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고객들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게 외국인이 해외에 나간 상황이라면 더더욱
바리스타가 고객의 문제가 카드 환불이 되지 않는다는 기술적 문제로 접근했다면 헤드 바리스타가 아니라 바리스타 할아버지가 와도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분은 고객의 불안감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설정했고 무려 30분 동안 나에게 시간을 써줘서 결론적으로는 불편했다기 보단 오히려 감동했고 이야기하며 마신 커피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진정성이 느껴지는 서비스의 원천은 무엇일까?
촘촘한 매뉴얼로 가능하게 되었을까?
로봇이 로봇처럼 말을 거는 것이 스팸이듯, 고객 눈에 서비스가 매뉴얼로 보이면 감동까지는 느끼기 어렵다.
나는 진정성의 원천이
업에 대한 자부심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조직은 구성원에 자부심을 어떻게 하면 줄 수 있을까?
다만 물질적 인센티브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한데 그 무엇이 뭘까?
어떻게 하면 신이 날까?
드디어 다음 편이 마무리!
아날로그의 역습 in Tokyo
출처:
http://movingcastle.tistory.com/9?category=767446
[see the uns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