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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 Nov 21. 2020

견디지 말고 피할 수 있으면 피합시다.


만성적인 차별에 노출된 사람의 경우 어쩌면 당연할 수 도 있지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수준이 올라가고, 고혈압, 당뇨, 우울증 등에 걸릴 확률이 높아짐.
그 예시도  재밌는데, 꼭 맹수가 아니더라도 (상사 or 고객에) 업무상의 갑질이나 폭언 무시로 인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억지로 견디는 건 long term으로 나쁜 선택. 몸과 마음이 일정 수준 이상 망가져버리면  노력하려고 해도 노력할 수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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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10만 년 전 구석기시대 인간이 밀림에서 사자와 같은 맹수를 만났다고 해보지요, 저 멀리 사자가 보이고 자신이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지각할 때, 인간의 몸은 변화합니다. 싸우거나 도망가기에 적합한 몸이 되는 것이지요. 심장은 빨리 뛰기 시작하고, 근육이 최대한 움직일 수 있도록 피를 공급합니다. 도망가다가 몸에 상처가 생겨도 그걸 느끼지 못할 만큼 통각이 둔해지고, 당장 살아남는 데 필수적이지 않은 성욕이나 식욕은 줄어듭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맹수와의 충돌을 피하는 데 성공하고 안전한 상태가 되면, 심박수는 원래대로 들어오고 다시 식욕을 느끼게 됩니다. 잠시 잊었던 상처로 인한 고통도 찾아오지요.

맹수와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스트레스 반응으로 인해 인간의 교감신경계와 내분비계에서 일련의 반응이 일어납니다. 그 위협이 지나가고 나면 인간의 몸은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인간이 생명체로써 살아남기 위한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문제는 오전에 사자로부터 겨우 도망 왔는데, 그날 저녁에 다시 사자를 만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에 또다시 만나는 거지요. 그럴 때 인체의 스트레스 반응이 정상으로 돌아갈 틈 없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지요. 그게 지속되면, 인간의 몸은 지금 당장 사자가 보이지 않아도 항상 사자와 함께 있는 것처럼 긴장하게 되고 준비를 하게 됩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생리적 반응이 곧 정상으로 돌아갈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상시적인 새로운 '정상'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일시적 반응으로 끝나야 할 변화가 지속되면서 인간의 몸은 병리적으로 변화합니다."


김승섭 <우리 몸이 세계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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