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보지 못한 코로나라는 변수로 전국민이 아니라 전세계인이 정말 힘든 한해였다. 담당하는 팀중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팀들도 있었는데, 뭔가 뾰족하게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종종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 운이좋게도 월급 밀리지 않고, 심지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에 있을때 봉대표님이 해주신 말씀중 기억에 남는 말이 직책자들과 팀원들간의 갈등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시며, 리더쉽은 자리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인품'과 '실력'에서 나온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아마 그분은 모르시겠지만 당분간은 나에게 리더쉽을 쌓는 것은 곧 '인품'과 '실력' 을 쌓는 것으로 기억할 것 같다.
올 하반기 뜨거운 감자였던 '누구머니'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심사역이라는 직업이 잘못하면 호가호위 하기 쉬운 자리 인 것 같은데, 직업인으로써 산업과 기술에대한 공부는 당연히 해야겠지만, 조금 더 지속가능한 직업인으로 살아남으려면 끊임없이 반성하고 경계하고 겸손해야 겠다는 작심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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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 데모데이를 가면 보통 명함 주고받고 심사 오신 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요 업계에서는 아직 익숙지 않은 (이제는 조금 적응된) 꼭 물어보는 질문이 원래 어떤 일했나? 전공은 뭐냐? 왜 이 업계는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나처럼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을 넘나드는 서로의 호구조사를 하는 대화를 많이 나눈다.
어제 호구 조사 중 기억에 남는 질문으로 다른 하우스의 시니어 심사역께서 "심사역하려면 공부 계속해야 하는데 힘들지 않나요?"하고 물어보셔서 (솔직하게) 원래 취미로라도 계속하던 거라서 크게 힘들지 않다고 했다.
그러니깐 다들 신기하게 나를 보셨는데, 아.. 조금 더 현업에서 경험을 쌓고 왔으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문자 그대로 "덕업 일치"에, 넓고 얕게 지식 습득하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이만한 직업이 있나 싶다.
어쩌면 실전 MBA라고도 할 수 있는데, 아직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 큰 인사이트를 드리기는 어렵지만, 대표님들의 고민을 들어들이고, 이탈하지 않는 충성고객으로서 열심히 서비스 사용해보고 피드백드리려고 한다.
아직 업계에서는 막내급이지만 내년엔 일을 한지 햇수로 5년 차가 된다.
뭔가 역량의 큰 점프를 하고 싶은 시점인데 어디에 에너지를 쏟아야 즐겁게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인데 술 마시고 네트워크 쌓는 건 적성에도, 재능도 부족한 것 같고. 조금 이르게 내년 작심을 해보자면 당분간은 시장 리서치 + 인공지능/IT 쪽 도메인 지식을 쌓아봐야겠다. - 80-90%가 대학원에 진학하는 UNIST를 졸업하고(물론 여기 간 것도 일반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졸업생 중 꽤나 특이한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꽤 위기가 (아주) 많았지만 어쨌거나 지금 재밌게 일하고 있는 건 이전 조직에서의 경험 덕분이지 않은가 싶다.
실전 스타트업의 흥망성쇠부터 최근 존버를 넘어 관 뚜껑 깨고 부활할 수 있다는 GRIT을 실천하고 있는 플레이팅,
훌륭한 사수들에게 일의 ABC를 배울 수 있었던 배민 (진짜 이메일 쓰는 법부터, vlookup도 처음 배움)
integrity, excellence, team, authenticity 창업자를 대하는 태도와 관점 무엇보다도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라는 꿈을 갖게 해 준 카카오벤처스
그리고 다소 거친 생각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성장의 파트너가 되어 주고 계신 매쉬업엔젤스 구성원분들과 패밀리 대표님들께도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