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집 앞에는 커다란 냇가가 있었는데, 10미터 남짓만 걸어가면 물가로 내려가는 샛길로 갈수 있었다.아이가 수영하면서 놀수있을 정도로 물이 얕아서, 여름엔 종종 물놀이를 하거나 꽃을 꺾어서 놀았다. 다슬기와 우렁이 살고 있을 정도로 깨끗한 곳이라난 주로 다슬기를 한바구니씩 잡아서 할머니를 갖다드렸는데, 할머니께서 다슬기를 손질하던중, 나를 부르셨다 "이거 봐봐잉, 째깐하지야? 이런건 애기여, 앞으론 이런것 잡지말어" 안그래도 어린애 손톱만한게 다슬기인데, 할머니가 보여주신것은 더 작은 쌀알만 했다.그때 말씀은 안드렸지만, 어린마음에 조그마한게 귀여워서 가져왔었다. 할머니는 통통한 다슬기를 골라서 한주먹은 된장국에 넣으셨고, 나머지는 삶아서 이쑤시개 하나를 주시더니 속살을 찔러서 뽑아먹으라고 하셨다.할머니는 바늘로 살을 빼서 드셨는데, 나는 어린애라 바늘은 위험할까 싶어서 이쑤시개를 주셨나보다.
어느 봄날, 할머니는 찰밥 한공기를 김에 싸서 도시락을 만드시더니, 나를 근처의 밭으로 데리고 가셨다.남의 밭이었는데, 밭두렁의 풀들 중 하나를 쑥 뽑으시더니, "이것이 뭐시냐믄, 냉이! 저번에 먹어봤제?" 라며 봄나물을 하나 하나 가르쳐 주셨다."아가 저기 쑥 있다! 이렇게 윗동만 똑 뜯어서 봉다리에 담어봐" 한번 시범을 보이시더니, 그뒤론 나는 쑥, 할머니는 냉이를 캐셨다.할머니는 과일칼로 냉이를 캐셨는데, 칼이 흙을 쑤욱 들어가더니 냉이가 퐁 하고 나오는게 재밌어 보였다. "할머니! 나도 그거 하고싶다!"
"안돼야, 다치면 큰일나" "안다쳐어~" "...호랭이 묵어갈년. 그려, 그럼 해봐라. 피난다고 울기만 해봐라잉" 제법 거친 욕설이 무섭지는 않았다.매일 추임새처럼 듣는 말들이다 보니 그냥 사투리 정도로 생각했다.할머니에게 배운 요령대로 나물을 캐니, 제법 봉지에 무게감이 생길 정도로 많이 캘수 있었다. 중간에 배가 고파 꺼낸 도시락은, 시간이 지나 미지근해진 물과, 팥이 들어간 주먹밥이 좋아하는 맛은 아니었지만, 봄날의 소풍같은 기분이 들었다. 온 세상, 구석 구석이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