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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E Jul 15. 2021

기억속 오래된 서랍을 열다

강아지와 1일

내 기억속 첫 번째 집,
지금도 꿈을 꾸면 항상 그때의 그 집이 내 집이었다.


사람 사는 집보다 논과 밭이 훨씬 더 많은,
작은 시골마을에, 산을 지나 뚝방길 아래로 내려가면
왼쪽 세 번째 집.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이 사시던 집.
국민학교에 입학했을 무렵, 난 이집으로 왔다.
시골에서는 흔치않는 빨간벽돌의 양옥집이었다. 할아버지 말씀으론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던 집을 사서 새로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집들에 비해 새집처럼 보였다.

할아버지는 키가 크시고 잘생긴, 다부지신 분이셨다.
팔다리도 길었는데 그 유전자는 나에게까지 오진 못했던것 같다. 할머니는 키가 작고 동그란 체형을 가지셨는데, 손이나 발도 아주 작으셨다. 아마 나의 유전자는 모두 할머니한테 물려받았나 보다.

내가 막 도착 했을때, 처음 눈에 띈 것은 동글동글한 똥개 한마리였다. 내가 온다고 하니, 할아버지께서 진돗개라며 강아지 한 마리를 데려오셨다고 한다. 암컷의 하얀 강아지였는데, 여러 번의 고민 끝에 그 아이는 "진주"라는 이름이 되었다. 내가 온다고 하니 할아버지가 많이 들떠계셨던 걸로 기억한다.
나의 어린 시절은 그 강아지와 쭉 함께였다.



그 시골 마을에서 나는 어린 시절을 쭉 보냈는데, 집집마다 강아지가 꼭 있었고, 한 마리가 짖으면 곧 온 동네 개들이 다 짖어댔다. 그중에서도 우리 집은 강아지도, 길고양이도, 염소에 닭에 토끼에.. 동물이 참 많았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동물을 좋아하신 것도 있었지만, 할머니가 마음이 여리셔서 동네의 길고양이를 그냥 두지 않으셨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동네는, 온 동네 어르신들이 고양이들의 주인이었다. 분명 주인은 없는 것 같은데, 이 집 가서 밥 얻어먹고, 저 집가서 자고, 또 다른집가서 밥먹고..
그러다가 새끼라도 생기면 어딘가에서 낳아와서 그들을 데리고 같이 밥 먹으러 다닌다. 그곳은 모두 고양이들의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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