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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비루코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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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루코집사 Aug 06. 2022

먼저 다가오는 고양이는 처음이라

비루코 4화


울음소리가 들려 자전거를 멈추니 

수풀 속에서 작고 꾀죄죄한 어린 고양이 한마리가 나왔다.

연신 '냐옹'거리며 다가오는데 그 상황이 얼떨떨했다.

길고양이가 먼저 다가오는 경우를 한번도 보지 못했기에,

예전에 남편이 늘 먹을 것을 들고 기다려야 겨우 어느정도의 곁을 허락하던 녀석들이기에

이 상황이 그저 뭔가 싶었다. 

가만히 보니 고양이는 한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병아리처럼 연신 '냐옹'거리며 우리주위를 맴돌더니

타고 온 자전거에도, 나랑 아들의 바지에도, 신발에도 얼굴을 비벼댔다.

강아지도 아니고....

그런데 이상했다. 꼬리를 빳빳히 들고 있었다...

뭐지?강아지들은 위험을 느끼거나 상대와 싸우려고 할때 꼬리를 세운다고 들었는데...

고양이들은 반대인가? 위협적이라고 생각하기엔 연신 얼굴을 비벼대는 고양이의 행동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


혼란스러웠다.

여전히 고양이가 갑자기 돌변하여 나에게 달려들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들면서도

처음 보는 우리에게 다가올 정도로 얼마나 절박할 상황인가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는 배가 고파 보였다. 

우는데도 힘이 들텐데...고양이는 병아리처럼 쉬지도 않고 '냐옹'거렸다.


고양이에게 줄 건 물밖에 없었다.

물병 뚜껑에 물을 부어 고양이에게 주었다. 

목도 말랐는지 허겁지겁 물을 먹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고양이에게 필요한 건 사료였지만 우리는 해줄 수 없었다.

아들은 당장 태권도학원에 가야했고, 나는 피로와 땀에 온몸이 젖어있었다. 


"미안해.우린 가야해."


고양이에게 인사를 하고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났다. 

얼핏 고양이가 따라오는 것 같아 패달을 더 세게 밟았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나는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싫어하고, 고양이에 대해 아는것이 없다. 

그러므로 고양이를 도와주지 못하는 것은 어쩔수 없다.


멀리까지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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