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루코 24화
아깽이들이 점점 커갈수록 잠도 줄어들어 밤에 다같이 자러 방에 들어가도
새벽마다 꼭 한번씩 깼다.
깬것까지는 어쩔 수 없는데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를 못하니
산실밖을 나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소리를 내고
아주 난리 브루스다.
거기에 비쥬까지 가세하면 비쥬네 집에 내가 얹혀사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소음을 무시하고 자려고 귀마개도 껴봤지만
침대 밑을 이리저리 부딪치며 뛰어다닐 때는 어쩔수가 없다.
이제 더이상 한 방에서 밤을 보내는 건 무리다.
그래서 새벽마다 고양이들을 데리고 방을 나왔다.
남편의 뒷날 출근을 위해서는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사실 새벽마다 강제적으로 깨어 몇시간씩 거실에 있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었다.
하루는 밤에 잘때만이라도 편하게 자고 싶어서
거실에 고양이들을 두고 함께 자던 안방문을 닫았다.
문을 닫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애처롭게 우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건 바로 도도한 비쥬였다.
방문앞에서 한참을 울다가
안방 창문이 보이는 테라스 쪽에 나가 거기서 또 처연하게 울어댔다.
나라를 잃은 슬픔이 그러할까,
엄마를 잃은 슬픔이 그러할까.
심장을 파고드는 비쥬의 울음소리를 버텨내기가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영역분리는 필요해 보였고 더이상 좀비처럼 하루를 보내기가 싫었다.
귀를 꼭 막고 억지로 잠을 청하려고 노력해 보았다.
하지만 내가 마음을 다잡으면 다잡을수록 비쥬는 마치 버림받은 아기처럼 울어댔다.
순간 '뭣이 중헌디?'하고 마음속에서 툭 말한디가 튀어나왔다.
고작 한두시간? 길어봤자 세시간 못잔다고 저 어린 고양이에게 또다른 상처를 준다고 하자
도저히 할 짓이 아니었다.
당장 문을 열고 나가 비쥬를 안아주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새벽에 깨어 나가긴 했지만 마음만은 편안했다.
거실로 나온 아깽이들은 이러저리 탐색도 하고 자기들끼리 싸우며 노느라 정신이 없다.
사실 그런 아깽이들 모습 보는 건 정말 축복 받은 일이다.
엄마인 비쥬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비쥬가 엄마가 되자 묘한 동질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잘키우고 싶다. 사람아이든, 아기고양이든. 할 수 있는한 최선을 다해서.
어느새 창가에 붉은 기운이 스며들어오고 있었다. 그제서야 창밖을 보니
어둠이 사라진 자리에 따스한 햇살이 번져나아가고 있었다.
싸울땐 인정사정 봐주지도 않더니 잘때만큼은 꼭 붙어서 함께 자는 아깽이들,
그리고 아깽이들 보느라 늘 지치고 힘든 딱한 비쥬의 자는 모습을 보며
나도 옆에서 같이 자고 싶지만 아침을 하러 주방으로 향한다.
언젠가 이때를 추억할때가 오겠지? 곧 좀비같은 나날도 끝이 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