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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감 Feb 23. 2023

조직문화란 무엇일까 (1)

누구도 확실히 정의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하여




"좋은 조직문화가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요."


직장인들 사이에서 '좋은 조직문화'가 화제다. 좋은 조직문화가 갖춰진 기업은 곧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기를 열망하고 있다. 직장을 대하는 구직자들의 인식은 과거에 비해 정말 많이 바뀌었다. 갈수록 줄어드는 노동 인구에, 지원자 풀을 꾸준히 확보하며 몸집을 불릴 기회를 갖춰 나가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소위 '괜찮은 기업'으로 보이고, 내부적으로도 건강한 조직을 꾸리기 위해 분투 중에 있다. 급여 수준, 복리후생제도, 기업 성장 가능성, 고용 안정성 등 기업의 인식 수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정말 다양하지만, 그중에 가장 핵심 요소를 이루는 것은 다름 아닌 '조직문화'다.


조직문화는 어떻게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이다.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이렇다는 구체적인 답이 없기 때문에 조직문화라는 영역은 때론 막막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한 기업의 HR 매니저는, 또 다방면으로 조직문화와 밀접한 관계에 있을 수 있는 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구체적인 답이 없는 영역이라면 계속해서 의문을 던지고 그 분야에 대한 자기만의 가치관을 정립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조직의 표류하는 가치관에 맞서서 굳은 심지를 내걸 수 있고, "아니, 그래서 도대체 조직문화가 뭔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인데?"라며 혼란을 야기하는 문제에 해결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자격과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추상적인 개념에 정면으로 맞서서 조직문화라는 것이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정의 내려지고 있고 내가 생각하는 조직문화란 무엇인지에 대해 자세히 기술해 보고자 한다. 후속 편에서는 조직문화는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후에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는지, 그리고 조직문화에 대한 대중적인 오해는 어떤 것이 있으며 앞으로 어떤 전망을 보일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조직문화, 도대체 뭘까?


조직문화라는 개념은 1979년에 처음 등장했고 그 이후로도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정의되고 발전되었다. 추상적인 개념은 시대가 거듭될수록 어느 정도 구체화되는 모습을 보이는데, 조직문화도 그와 궤를 같이했다. 그리고 조직문화라는 것이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이라는 것을 인정이라도 하듯 해당 분야 전문가들은 같은 결이면서도 아주 약간씩은 다른 이야기를 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Pettigrew, 「On studying organizational cultures」(1979)

조직문화는 언어, 이데올로기, 신념뿐만 아니라 지배적인 상징, 의식, 노동조직의 신화 등에 연관되어 있다. 또한 조직문화는 가치와 이해관계가 협상과 조정을 따르는 광범위한 정치적, 문화적 체계의 일부이다.


신유근, 「기업문화가 조직유효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1988)

조직문화란 조직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가정, 가치와 신념, 규범과 관습, 의례와 의식, 그리고 상징으로서 조직의 태도와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며, 조직체 개념의 총체적 원천이다.


Edgar Schein, <Organizational Culture and Leadership : A dynamic View> (1992)

조직문화란 일정 패턴을 갖는 조직 활동의 기본가정(또는 전제, 믿음)이다. 이것들은 특정집단의 내외적 활동과정에서 발견 또는 개발된 것들이다. 이러한 가정들은 오랜 시간 조직구성원들이 타당한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새로운 구성원들에게도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방법으로 학습된다.


신유근, <한국의 경영―그 현상과 전망> (1993)

조직문화란 개인의 개성처럼 다른 조직과는 구별되는 개별 조직 고유의 독특성이다. 이 독특성을 설명하는 가장 핵심적인 구성요소는 구성원들의 가치의식(선호하는 가치, 태도, 신념, 경영철학, 기업정신 등)과 행동방식(행동성향으로서 업무수행 방식, 대인관계 방식, 욕구표출 방식 등)으로 집약할 수 있다.


조직문화라는 개념은 1979년에 페티그루(Pettigrew) 교수에 의해 만들어진 이래로, 한국 경영론 분야에서 독보적인 학자로 꼽히는 신유근 교수, 그리고 조직문화 그 자체로도 불리는 에드거 샤인 교수 등에 의해서 수 차례 정의되었다. 대상 자체가 추상적이기에 모두가 전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이면서도 전부 비슷한 결을 띠고 있다. '조직의 가치와 신념'이라는 공통 요소를 기반으로 하여, 개념 등장 이후 조금씩 구체화되어 '특정 조직이 갖는 고유의 행동방식'이라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해치웠나?


여러 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봤을 때 조직문화란 '조직의 가치와 신념에 기반하여 해당 조직만이 갖는 특별한 행동방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약 45년의 시간 동안 다방면으로 연구되어 온 덕에 이제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개념 자체에 대해서는 대략적인 갈피를 잡을 수 있게 됐다. 다만 모두가 완전히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기에 명백한 정답이라고는 말할 수 없고, 앞으로 누군가에 의해 더욱이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있다. 이는 추상 개념을 구체화하는 과정에 있어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격차이자 앞으로 채워질 수 있는 일종의 빈틈인 셈이다.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ㆍ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표준국어대사전, 「문화(文化)」


문화의 정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직문화라는 것은 해당 조직만이 갖는 고유의 행동 방식이자 그것을 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무형의 가치(가치관, 신념 등)를 의미한다. 조직문화라는 개념은 1과 1을 더했을 때 2가 된다는 것과 같은 당연한 수학적 논리로서 접근할 수 없다. 오히려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사랑은 무엇일까요?"하고 물었을 때 제각기의 경험에 의해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이야기와 같은 흐름이다. 사랑은 무어냐고 물었을 때, "그것은 좋아하는 마음을 뜻해"라고 답한다면 상대는 "그럼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건 뭔데?"라며 재차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추상을 구체화한다는 건 그렇게나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본질에 대하여


조직문화라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풀장에 이제야 발 끝을 담가 본 입장이긴 하나, 나는 이 모든 것이 '본질'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조직문화라는 무형의 무언가에게 이제 그만 모습을 드러내라며 실체화를 요구하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눌 때마다 해당 문제의 근원의 근원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조직문화란 조직 경영에 대한 리더의 가치관이 구성원들에게 스며들고 그 구성원들이 핵심 가치관 아래에서 언어적/비언어적 생활을 하게 됨으로써 조직 내부적으로 토착화된 행동 양식이다. 속편에서 다룰 예정이긴 하지만, 조직문화 탄생의 본질은 조직(기업)이 리더의 어떤 가치관에 의해 운영(경영)되고 있는지에 달려있다. 그의 가치관에 공감하고 또 동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소규모 조직을 이루고, 그들이 뭉치고자 했던 합일된 가치관 아래에 시시각각 몰려오는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효율성을 최고 가치로 내세우면 의사결정이나 문제 해결 과정에 '효율'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등장하고 또 그렇게 행동하게 되는 것이고, 신뢰와 존중을 최고 가치로 내세우면 어떤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 닥치더라도 구성원은 신뢰와 존중이라는 가치 아래에 행동하고 말하게 될 것이다. 조직문화는 "만들어져라, 얍!"하고 순식간에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유지시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업적으로 성과를 내게 되면 기업 규모가 커지고 규모에 맞춰 구성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수순을 밟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조직의 핵심 가치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 나가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품이 들고 전 구성원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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