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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감 Jan 06. 2024

언제까지고 이럴 순 없잖아요

몰아치는 폭풍우에서 중심을 잡는 방법




딱 '변화무쌍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시기였다. 어느 일이든 그러지 않겠냐마는, 내일은 하물며 오늘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바람에 계획은 고사하고 사방에서 날아드는 돌덩이를 피하는 데 급급했다. 고정적으로 해야 하는 일, 어딘가 커다랗게 난 구멍을 메워야 하는 일, 새로운 것을 기획하고 도입해야 하는 일이 조화롭게 섞여 꽤나 다채로운 일상생활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언젠가 들은 온라인 교육에서 모 강사가 말했다. "기업 인사 담당자의 70% 이상이 당장 닥치는 일만 하다가 하루를 보내게 돼요. 앞으로 무언가를 더 해내야 함에도 눈앞에 벌어지는 일을 다루는 데 급급한 것이죠." 나 그리고 내가 지금 몸 담고 있는 회사는 어떤가. 강사는 마치 내 일상을 잠자코 지켜본 뒤 말하는 것만 같았다. 이 같은 현실은 매번 지금 처한 상황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모습을 꿈꾸는 입장에서 바라볼 때 꽤나 곤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해내고 싶은 것을 언제까지나 제쳐 두고 수동적으로만 움직인다는 것은 이러나저러나 상당한 문제임이 분명했다.




어떻게 해야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을까


현재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함은 업무와 목표 관리가 체계적으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하고 싶은 일과 빨리 해야 할 일과 잠시 미뤄도 괜찮은 일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다. 변화가 일상인 시장에서 한 방향으로만 일이 진행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었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뿐이었다. 


혼자 일하는 거라면 일별 할 일 목록을 어떻게든 만들어서라도 일정을 소화해 내겠지만, 팀원들과 업무를 효율적으로 해내는 방법을 강구하는 참이었기 때문에 1) 업무 내용을 기간별로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2) 동료에게 업무별 이행 맥락을 충분히 공유할 수 있고 3) 공동으로 합의한 중장기 목표에 대해 주기적으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통로가 필요했다. 즉, '업무 내용 공유와 목표 관리를 위한 대시보드'가 필요했다. 대시보드를 구현하는 데 있어서는 무엇보다 사용자가 업무 일정 관리를 하는 데 있어서 불편함을 느끼지 말아야 하는 것이 제1의 가치였다.




떠내려가기 싫으면 배에 힘 꽉 줘!


대시보드를 관통하는 개괄적인 흐름은 예시는 다음과 같았다. "우리가 A라는 목표를 이번 해 상반기 안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a, b, c를 반드시 해내야 하는데, 현 상황에 비추어 봤을 때는 b를 우선 끝내는 게 중요하니, b는 이번 달 안으로 마쳐 보도록 하자. b는 a와 연결고리가 강하니까 업무를 마친 이후에는 바로 a에 집중하자. 각자 어떤 일을 주도적으로 해 보고 싶어? 착수하게 되면 서로 맥락 공유를 확실히 하자."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서로 간의 인지 공백을 최소화하고 공동의 목표를 확실히 새기는 과정이 핵심이었다. 그러고 난 뒤에는 단순히 새로운 무언가를 도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번 주에 있었던 특이사항과 다음 주에 집중해야 할 내용을 다루는 주간 회의를 매주 금요일마다, 저번 달 목표 달성 수준과 이번 달에 보완해야 하는 부분을 다루는 월간 회의를 매월 첫날마다 진행하기로 했다. 


1. 주 단위 : 업무 우선순위 할당, 업무 누락 방지, 팀 업무 방향 인지 목표

- 해당 기간 내에 반드시 해야 할 일과 주도적으로 해 보고 싶은 일 분류
- 인지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팀원과 업무 내용 및 맥락 상시 공유
- 주 단위 업무 내용이 모여 월 단위 목표 구성


2. 월 단위 : 월별 집중 이행 업무 정리, 목표 일치 유도

-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다루기까지의 과정 파악
- 선/후행 필요 작업 등 단기 목표 간 연결고리 파악
- 월 단위 업무 내용이 모여 중장기 목표 구성


"이거랑 저것도 해야 되는데"가 "지금은 이걸 하는 게 좋겠다"로 바뀌게 만드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주요 달성 과제였다. 나뿐만 아니라 나와 같이 동료로서 있는 사람들이 부득이하게 예상치 못한 일이 튀어나오더라도 상황을 침착하게 판단하고 체계 아래에서 업무 순위를 조정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강했다.




그렇게 해 보니까


유의미한 결과는 시스템을 도입한 지 2주째가 되던 날에 나타났다. 역시나 일상의 흐름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조직 내 특이사항에 의해 팀에서 계획한 것이 뭉그러지는 상황이었다. 우리 팀은 긴급회의를 곧장 소집했는데, 그때 어느 팀원이 말했다. "우리가 이번 달에 원래 계획했던 건 B였고, 지금 c, d, e 중에 절반 정도까지 왔는데 당장 해야 하는 일이 생기는 바람에 잠시 하던 일을 멈춰야 할 것 같아요. 내일까지 마무리하고 이어서 계획했던 대로 움직여 보는 게 어떨까요?" 팀원이 과거 우리가 공동의 목표로 합의했던 것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점, 불안한 기색 없이 우선순위를 말끔하게 파악했다는 점 그리고 현재 업무가 어느 수준까지 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가장 놀라웠다.


이전에 관리해 왔던 형태와는 상당 부분 많이 달랐기 때문에 당장은 툴을 익숙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점에 있어서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말로써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점이 제도나 시스템을 새로이 도입함으로써 조금씩 해소되고 있었다. 급작스런 변화는 불편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전까지 묵혀 뒀던 것을 풀어낼 수 있는 기회라고 누가 그랬던가. 


눈으로 직접 변화를 목격했으니 이제는 현 시스템의 불편함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또 팀 내에 하나의 문화로서 정착할 수 있게끔 부단히 격려하고 스스로 노력하는 것만이 남았다. 불편한 걸 편하게 만들어가는 나날이 계속되면서, 최근에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가며 이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괜찮은 모습으로 변모해 나가는 것이 삶의 주된 흐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심심치 않게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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