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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감 May 26. 2024

면접에 대한 고찰 (1)

'좋은 면접'이 있기 위한 기초 작업



사업의 방향성이 재조정되고 채용하고자 하는 인원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2개월이 지나도록 하루의 대부분을 그쪽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섬세하게 꾸려져 있는 절차나 뚜렷한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많게는 하루에 4~5건, 적게는 1~2건의 면접을 소화하는 과정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이번 글에서는 한 기업의 HR 담당자로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면접이라는 과정 자체에 대해 느끼고 고민하고 있는 바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채용'이 '인재 영입'으로 변모하고 있는 사회적인 흐름이지만, 본 글에서는 현재 필자가 놓인 환경에 따라 지원자 중 옳은 인재를 알아보는 식의 의미인 채용 관점에서 기술한다.




면접, 잘하고 있는 걸까?


'대면하여 만남'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면접이라는 단어는,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서류 등 사전 전형을 거친 지원자들을 다양한 형식으로 만나 조직이 원하는 인재상에 걸맞은지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쓰이고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복잡성을 띠고 있으므로 하루도 안 되는 짧은 시간으로 조직에 알맞은 사람을 오차 없이 가려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지원자에게는 다소 부담될 수 있는 절차이지만 기업은 예전부터 지원자들을 한 데 모아놓고 그들의 다양한 모습을 지켜보거나 면접에 쓰이는 시간(또는 단계)을 압도적으로 늘리거나 하는 방법 등을 채택해 그 확률을 높이고자 했다. 과거 모 학자는 연구 결과를 통해 면접 전형으로 우리 조직에 알맞은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확률은 동전 던지기(50%)보다 아주 약간 높은 수치를 자랑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을 이용한 면접도 늘어나고 있는 요즘 시대에서, 우리는 '좋은 면접'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좋은 면접'이 되기 위한 사전 작업


지원자와의 대화를 통해 알아내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하고 그 내용과 확인 방법에 대해 관계자들 전부가 깊이 이해하고 있는 상태를 구축하는 것이라 칭하려고 한다.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① 해당 포지션의 TO를 산정할 때 이 포지션을 채용하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담당하게 될 업무는 어떻고 회사가 제시해 볼 수 있는 이점(커리어 발전 방향 등)은 무엇인지, 앞선 조건에 어울릴 법한 가상의 인물은 어떤 모습인지를 사전 논의를 통해 명확히 하고 ② 그러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채택할 것인지, 어떠한 면접 환경을 함께 꾸릴 것인지, 어떤 자세로 면접 전형에 임할 것인지에 대해 합의가 된 상태인 것이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위와 같이 생각한 이유가 보다 뚜렷해진다. 기준점이 모호하면 우리가 원하는 인재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내기 어렵고, 순차적으로 잘못된 채용으로까지 이어져 조직이 다방면으로 손해를 입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느 기획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 또는 맥락과 그 기획을 실제로 이행하는 방법에 충분히 합의되지 못하면 결과물이 산으로 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직관과 논리가 부딪히는 순간


앞서 말한 요건이 잘 갖춰졌을 때 우리 조직에 알맞은 사람을 100% 확률로 알아볼 수 있을지 묻는다면 '아직 멀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은 면접이라는 절차가 원활히 그리고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에 불과하며, 실제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절차는 그에 기초하여 지원자와의 직접 대화를 통해 파악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단단하게 다져 놓은 바닥에 물렁뼈 기둥을 세운다고 생각해 보자. 긴 시간 동안 공 들인 집이 얕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꼴이 된다면 기초 공사를 열심히 한 보람이 없어질 것이다.


흔히 정량을 추구하는 이들은 면접 전형과 관련해서 평가표와 같은 구체적인 기준점을 요구하곤 한다. 복잡성을 띠는 존재이기에 비교적 검증해 볼 수 있는 형태인 데이터로 치환하고자 하는 것이다. 직관만으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는 없기에 정량화 작업을 거치기는 하나, 면접이라는 과정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순간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인간의 직관이 완전히 배제될 확률은 극히 낮다. 비언어적인 요소(목소리, 눈빛, 말투, 단어, 손/발짓, 자세 등)를 통해 감각적으로 인지하게 되는 것도 분명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고유의 모순점에 대해 충분히 인지한다면, 면접이라는 절차는 개인의 경험으로 구축되어 왔던 고정관념(직관)과 추상적인 영역을 조금이나마 구체화하기 위한 일정한 기준점(논리)이 적절한 비율로 이용되어야 하는 과정으로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담 가장 중요한 건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채용에 5분밖에 시간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채용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5000시간을 사용하게 된다”며 올바른 인재 채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이다. 글 초반에 언급했듯 통계적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여전히 면접은 조직에 알맞은 사람을 알아보기에 가장 중요한 절차로 여겨지고 있다. 그리고 면접은 그 자체만으로 다양한 방법이 있고, 조직이나 사람과 같은 여러 환경에 연관되어 있으며, 그로부터 피어나는 직/객관적 요소의 교차점에 위치해 있기에 중요하면서도 모두가 어렵게 느끼는 과정이기도 하다.


면접 자체가 갖는 모호함을 예리하게 벼려 조금이나마 눈에 보이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① 조직에 대한 이해와 인재상 수립 등 채용 기획에 대한 기초 토대 작업을 세심하게 하고 ② 관계자들 모두가 면접의 복잡한 속성을 이해하고 서로가 맞춰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전형이 시작되기 전에 심도 있게 인재상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면접이 끝나고 난 뒤에 조직 상황에 기초하여 지원자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에 대해 꾸준히 논의하는 식으로나 말이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해 본다면 채용 절차에 관여하는 모든 관계자들이 개인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어떤 합(케미)을 보이는가가 면접의 성패를 가르는 주된 요인이라는 생각도 든다.


암울한 이야기지만, 사실만 놓고 본다면 이렇게 노력한다 해도 결국 모든 과정을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데다가 조직 내/외부의 사정은 계속 변하므로 조직에 알맞은 인재가 영입되지 못할 수도 있겠다. 불확실성과 마주하는 일이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설령 만에 하나 기준에 맞지 않는 인재가 조직에 합류한다 하더라도 그들이 본인의 업무에 몰입하고 조직이 기대하는 바 이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는 올바른 업무 문화 또는 환경을 정착시키는 것이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있어서 근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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