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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풀풀 Sep 16. 2022

때론 딴짓이 필요해.

"왜 이렇게 밝지?"

눈을 뜨고 시계를 보았다. 

6시 20분.

눈을 껌뻑이고, 다시 보았다.

5시 20분이 아니라 6시 20분 맞다.


"늦었다!"

6시까지 기상 인증을 하는 모임을 두 군데나 참여하면서 새벽 기상을 실천하고 있는 중인데, 둘 다 지각이다.

한 번의 지각으로 보증금이 날아가버렸다.

'지각입니다. 굿모닝.'이라고 단체 채팅방에 쪽지를 보냈다.


이왕 늦은 것, 침대 위에서 5분만 더 뒹굴어도 괜찮을 듯했다.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4시 40분 알람은 들었는데, 습관처럼 꺼 버렸다.

좀 더 자더라도 5시 20분에 울릴 알람이 깨워줄 테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폰을 손에 꼭 쥐어서 알람이 울리지 않은 걸까, 깊이 잠들어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한 걸까' 생각하다가, '보지도 못한 일에 정답을 어찌 찾을까.'하고 멈췄다.

며칠 만에 조금 더 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몸이 좀 더 개운했다.

어젯밤의 두통도 좀 사라진 듯했다.

7시간 이상은 자 줘야 내 몸이 괜찮은데, 며칠간 6시간만 잤으니 몸이 피곤할 법도 했다.


이틀 전부터 유튜브에 올라온 드라마 편집 영상을 계속 봤다.

멈추고 싶은데 멈춰지지 않았다.

이런 일은 한 달에 한번 즈음 있는 일이다.

이번 달은 잘 넘어가나 싶었는데, 어김없이 유튜브 드라마에 푹 빠지고 말았다.

다행히 이번 드라마는 29편까지만 올라와있어서, 중간에 멈출 수 있었다.

드라마를 보면 감정이입으로 두통이 생기는데, 어젯밤에는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글쓰기도, 퇴고도, 책 읽기도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쓰러지듯 잠들었다.

'괜찮아, 새벽에 하면 되지.'

어제도 새벽에 이런저런 일들을 다 마쳤기에 당연히 그러면 될 거라 생각했다. 

보증금이 아까워서라도 눈을 번쩍 뜰 테니, 알람만 믿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늦잠을 잤다.

새벽에 할 일들을 좀 마무리해둬야 오후가 편한데, 아무것도 하지도 못할 형편이다.

평소라면 '하지 못한 일'들에 대해 후회하고, 지난밤에 일은 안 하고 유튜브만 본 것을 자책했을 것이다.

나의 행동에 서슬 퍼런 칼날을 대었을 테다.

'좀 더 자서 좋다는 마음'과 '할 일들은 어떡하나' 걱정이 오가던 중, 필사 책의 '감사하라.'를 읽었다.

생각 없이 구절을 써 내려가던 중, 나를 향한 연민의 마음이 들었다.


뇌 활동을 너무 했구나.
수면 시간이 부족했구나.
나도 모르게 페이스를 오버했구나!


새벽에 일어나 걷고, 글을 고치고, 출근 및 등원 준비를 하고, 일과 중에 일을 해내고, 짬짬이 걸으며 독서하고, 퇴근 후에 아이들을 챙기는 모든 일들이 벅찼나 보다.

힘들다는 생각조차 않고, '할 일'들을 즐겁게 했던 건데 뇌와 몸은 피로를 호소했다.

효율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 머리를 많이 쓰니 억지로라도 생각을 멈추기 위해 유튜브에 몇 시간을 흠뻑 빠졌다.

부족한 수면을 채우기 위해 알람도 듣지 못하고 한 시간을 더 잤다.


때로 계획했던 일들을 해 내지 못할 때가 있다.

이것만은 해야 하는데, 이 정도는 했으면 하는데 '딴짓'에 눈이 팔려 시간을 소비하고 만다.

이전에는 비생산적인 딴짓이라 여기며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그러다 지치면 며칠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멈추기도 했다.

요즘은 딴짓을 좀 여유 있게 봐주기 위해 노력한다.

효율적인 시간 사용도 좋지만, 적당한 쉼도 허락하는 편이다.

예상보다 좀 더 많이 쉬게 될 때는, 머리와 몸의 상태를 점검하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글을 쓰면서도 '합리화하는 거 아냐?'란 생각이 자꾸 들지만, '그럼 뭐 어때.'라고 응수한다.

또 좀 많이 쉬면 어떤가.

적당히 쉬고, 적당히 놀며, 적당히 일하는 때도 있어야 사는 재미가 좀 들것이 아닌가.


정말 괜찮다.

늦잠을 자도, 유튜브로 시간을 허비해도 정말 괜찮다.

무엇이든 이유가 있는 법.

드러나는 결과와는 상관없이 몸과 마음, 머리 어느 한 부분에 휴식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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