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점수와 욕구 점수
질투
다른 사람이 잘되거나 좋은 처지에 있는 것 따위를 공연히 미워하고 깎아내리려는 마음
난 지금 아는 엄마를 질투하고 있다.
그 엄마는 이러하다.
외모가 보기 좋다.
내 차보다 더 고가의 차를 가졌다.
맨얼굴도 이쁘다.
피부가 하얗다.
흰 티에 면바지만 입었는데 때깔 난다.
나의 질투 점수, 100점 만점에 30점.
난 지금 아는 엄마를 질투하고 있다.
그 엄마는 이러하다.
현관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집에서 향기가 난다.
집에서 수제잼을 만들어 이웃과 나눠먹는다.
이따금 나눠먹는 간식이 유기농이다.
정리 및 수납의 여왕이다.
그 집 바닥에는 떨어진 물건이 없다.
분명 같은 물건인데, 우리 집보다 더 끼 깔 난다.
나의 질투 점수, 100점 만점에 70점.
난 지금 아는 엄마를 질투하고 있다.
그 엄마는 이러하다.
그 집 아이도 우리 애랑 같은 다섯 살이다.
그 집 아이는 한글을 뗐다.
그 집 아이는 수세기에 연산까지 척척이다.
그 집 아이는 얌전하고 조용하다.
그 집 아이는 엄마랑 찰떡궁합이다.
그 집 아이는 영어로 솰라솰라 대화한다.
그 집 엄마는 아무것도 안 하고 좋아하는 것만 시켰단다.
나의 질투 점수, 100점 만점에 120점.
누군가가 나를 보며 질투하면 좋겠다.
그러니까 바꿔 말하면,
나도 그 집 엄마처럼 '맨얼굴 + 흰 티 + 면바지'의 조합에도 예뻤으면 좋겠다.
나도 그 집 엄마처럼 '요리 + 살림 + 센스'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그 집 엄마처럼 '좋아하는 것'만 시켰는데, '애 한글 떼기 + 수 연산 몰입 + 영어 아웃풋'의 결과를 맛보았으면 좋겠다.
현실의 나는 그냥 평범한 30대 후반의 여성이다. 지나가는 행인 1의 삶이다.
아, 특별한 것 하나가 있다.
"지금 글을 쓴다는 것"
근데, 그 엄마도 블로그에 글을 엄청 쓰던데?
흠. 말문이 막힌다. 타다닥 두드리던 자판 위의 손가락이 멈췄다.
나의 욕망은 끝이 없다. 비교 또한 끝이 없다.
'비교'가 먼저일까, '욕망'이 먼저일까?
비교, 나와 옆집 엄마를 양팔저울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재어본다.
욕망, 내게 무엇이 부족한지 생각한다.
나의 질투 목록을 읽어보니, 모두 비교에서 출발했다. '그 집 엄마는 어떠한데, 나는 그렇지 않다'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 사람에 비해 나는 부족하므로 더 해야만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양팔저울에서 내려와야 욕망이 끝난다. 욕망이 지나가야, 욕구가 보이기 시작한다.
욕구, 내가 하고자 바라는 일.
욕구를 염두에 두자, 비교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내가 건강해지고 싶어서 야식을 끊는다.
내가 단정하고 싶어서 깨끗한 외출복을 입는다.
내가 정리하고 싶어서 묵혀둔 쓰레기를 버린다.
내가 아이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어서 교육적 환경을 조성한다.
모든 것은 내가 좋아하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내가 부족해서, 모자라서가 아니다.
스크롤을 올려 질투 목록을 읽어가니 웃음이 나온다. 분명, 무척 진지하게 생각했던 것들인데 이젠 스쳐 지나가는 새소리가 되었다.
양팔저울에서 내려오자,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피라미드의 어딘가에 위치하거나, 늘어놓은 줄의 어디쯤에 서 있는 내가 아니다.
중심은 나다.
나의 질투 점수, 100점 만점에 1점.
나의 욕구 점수, 100점 만점에 99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