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5시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들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이런저런 타협점을 찾아낸 기상 시각이 6시. 6시 기상을 지키기 위해선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우선, 12시 전에는 무조건 침대에 누워야 한다.
저녁 9시에서 11시 사이 육퇴 후의 몇 시간을 신데렐라 빙의하여 알차게 보내야 하는 것이다. 문장으로 쓰면 그 시간이 참 길게 느껴지는데, 육퇴 후 체감 1시간은 10분과도 같다. 운동도 하고 싶고, 책도 좀 집중하여 읽고 싶고, 글쓰기도 한 편 해내고 싶은데 어질러진 거실과 주방을 좀 정리하다 보면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간다. 집안일을 확 제쳐놓고 내 할 일에만 집중하여 보내고 나면, 다음 날 아이들 등원 후 3시간 30분의 달콤한 시간을 집안일에 또 할애해야 한다. 조삼모사, 딱 그 모습이다. 상쾌한 아침을 위해 육퇴 후 나만의 시간을 줄일 것이냐, 알찬 하루의 끝을 위해 다음날 오전 시간을 잘라낼 것이냐.
12시 전 잠들기는 잠드는 시간 조종이 아니라 일상의 우선순위를 조절하는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다음으로, 부족한 수면 시간을 보충해 줄 휴식이 필요하다.
나의 적절한 수면시간은 8-9시간이다. 에너지가 좀 남아있을 때는 7시간도 괜찮지만, 아이들과 열정적인 하루를 보내고 난 후에는 8-9시간의 휴식이 꼭 필요하다. 남들에 비해 잠이 좀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처음에는 잠시간을 억지로 줄여보려 노력했지만, 오후 시간 걷잡을 없는 짜증 대폭발을 겪은 후에는 이런 나를 받아들이려고 한다. 엄마가 힘이 있고, 상쾌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야 아이들에게도 즐거움과 경쾌함으로 다가갈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내가 힘이 있어야, 육아가 가능하다. '나는 왜 잠이 많은 것인가.'자책하며 고민할 시간에 10분이라도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는 편이 낫다.
6시 기상을 지키다 보면, 수면시간이 5시간까지 짧아질 때도 있다. 그런 때는 휴식시간을 가져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그런 시간을 허락하기가 쉽지 않을 때가 많다. 피로가 막 몰려오기 전에, 5분이라도 쉬어야 하는데 '조금만 더'를 속삭이며 스스로를 닦달한다. 순식간에 덮치는 피로감이 강펀치로 날아든다. 잘 쌓아왔다 생각한 하루가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것이다. 5분의 여유, 무엇도 하지 않고 가만히 머무르는 시간을 허락하지 않은 대가는 생각보다 크다.
오늘 아침, 6시 기상 알람을 끄고 다시 잠들었다.
6시 30분 알람도 끄고 다시 잠들었다.
'푹 잤다, 이제 그만 일어나도 되겠군.' 생각하며 눈을 뜨니 6시 50분이었다.
충분한 휴식 덕분인지 머리가 멍했다. 덕지덕지 붙은 피로감이 아니라 아침의 멍한 상태, 딱 평균치의 에너지다. 평균 이상의 에너지를 가지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늦은 기상 때문에 계획해두었던 아침 루틴을 다 하지 못하면 어떠하리. 새벽 기상, 아침 루틴 또한 풍성한 삶을 위함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