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제시간에 일어나 직장으로 가고, 퇴근 후 약간의 여가시간을 보낸 뒤 잠자리에 드는 것. 그 사이에는 업무적인 이벤트가 있을 때도 있고, 연애와 같은 특별한 관계가 끼어들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시간을 조종하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도 하루하루는 규모 있게 흘러가는 듯했다.
사회적인 역할이 부여되고, 그에 따른 성과와 자본 소득이 연결될 때에는 시간에 따라 그냥 살아내어도 충분했다. 타인과 비교했을 때는 좀 부족한 것들도 보이긴 했지만, 나 한 사람만 들여다봤을 땐 무엇인가를 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한 달이 지나면 월급통장에는 0을 몇 개 붙인 숫자가 찍혔고, 출퇴근한 연차가 쌓여 후배들도 들어왔으니 말이다. 직장 안에서 하루의 몫을 다 해낸 날은 퇴근 후 침대에서까지 그 일을 곱씹을 객관적인 이유는 없었다. (물론, 더 높은 곳에 올라가려는 욕망이 없다면 말이다. 설사 그렇다 해도 그 욕망의 프로젝트는 시와 종이 있는 것이었다.)
임신, 출산을 거쳐 육아의 시간을 통과하며 '시간은 흘러간다'는 나의 통념이 깨졌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분명했지만,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드는 의지적인 노력이 필요해졌다. 시와 종이 없이 반복되는 집안일과 육아에서 나의 유의미함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