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작가도 아니고, 책을 쓴 적도 없고, 글쓰기 강좌를 들어본 적도 없는 내가 밋밋한 글들을 글세상에 내어놓다니. 나의 글을 누군가에게 공개하는 것은 정리되지 않은 뱃살을 드러내는 것 같다.
퇴고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개요 쓰기는 제대로 해 본 적도 없다. 일상에서 떠오르는 생각 한 줄을 붙잡아 열두 고개 하며 써 내려갈 뿐이다. 쓰다가 중도 포기한 글들도 있고, 마무리가 되지 않아 일기로 끝나버린 글들도 있다. 메시지를 전하려 힘을 잔뜩 실었다가 용두사미로 끝나기도 하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어 쓴 글의 1/3을 날려버리기도 한다.
하루 글 쓸 1시간을 내기도 버겁다. 아직 글쓰기에 속도가 붙지 않아 적게는 40분 길게는 1시간이 넘게 소요되는 브런치 발행 글. 매일 1편씩 발행하고 싶은 마음과 달리 육퇴 후에는 쓰러져 잠들기 바쁘고, 낮에는 독서 서평을 좀 쓰다 보면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다.
글의 주제, 콘셉트 또한 매일 다르다. 스테르담님의 네온사인 이론을 생각하며 전구 한 알씩을 꽂는다 세뇌하지만, 이 전구가 어떤 빛을 낼지는 늘 의문스럽다. 뭔가 명확한 목차를 가지고, 정보 수집을 한 뒤에 그럴싸한 글을 써 내려가고픈 마음은 굴뚝같다. 그러나 목차를 정하고, 정보를 찾는 그 행위를 하는 것은 박학다식한 작가들만의 작업 같다. 그렇게 끌리는 주제 또한 매일 바뀐다. 어떤 날은 엄마표 육아 이야기에 쏠리다가, 어떤 날은 엄마 마음 이야기에 훅 빠져든다. 육아와 엄마 에세이는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에 겨우 다섯 살 된 두 딸을 키우는 나의 이야기에는 자신감이 없기도 하다.
휴.
나의 글의 단점들만을 적다 보니, 글을 쓰지 않을 이유가 명확해진다.
이젠, 내 글의 장점을 적어봐야겠다.
일상 밀착형 글이다.
나는 일상에서 떠오른 생각을 글로 적는다. 자료수집? 나의 일상이 자료다. 내 머리에 새겨진 정보들이 자료다. 아이의 말이 자료이고, 남편의 행동이 자료다.
교육연구방법 중 질적 연구가 있다. 이전의 양적 연구는 통계수치에 근거하여 실제의 삶을 반영하는데 괴리감이 있었다면, 질적 연구는 한 사람, 한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일정 기간 동안 세세하게 관찰하여 양적 연구의 단점을 보완해준다. 경험담이 주를 이루는 육아서를 읽고, 나의 일상을 글로 쓰기 시작하며 질적 연구가 떠올랐다. 거대한 무엇을 해내고,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라는 깊은 우주를 들여다보는 글.
나의 일상 밀착형 글들은 매 순간이 소재이다. 문장 하나를 끄집어 올리면 밑에 달린 열매들이 후드득 쏟아진다.
생생한 글이다.
나의 글은 특별하지 않다. 특별한 무엇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일상의 장면을 눈에 보이듯, 귀로 들리듯 적어간다. 해박한 이론가의 말을 적어서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24시간 내에 일어난 일을 사실적으로 적고, 그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적을 뿐이다. 일기인가 에세이인가 헷갈리는 순간이 너무나도 많지만, 그럼에도 계속 쓴다. 어느 정도 쓴 이후에 너무 일기로 느껴지는 부분은 드래그하여 삭제해버리면 그만이다. 문맥에 맞게 조금 다듬어내면 일기인 듯, 에세이인 듯한 생생한 글 한편이 발행된다. (오해하지 마시라. 잘 쓴다는 게 아니다. 하하)
솔직한 글이다.
나는 남편을 향한 불만, 숨기고 싶은 나의 치부, 드러내고 싶은 소소한 자랑거리 등을 글로 적는다.
난 하루에도 지랄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전에는 평화로운 초록빛이 감돌던 거실이 저녁 8시가 되면 우울한 감색으로 내 어깨를 짓누른다. 좋은 것을 글로 적을 때도 있다. 좋은 것을 글로 적어낼 시간이 주어졌을 때, 그때는 좋은 것이 글로 표현된다. 어두운 것을 글로 적을 때도 있다. 어두운 것을 글로 적어낼 시간이 주어졌을 때 그렇다. 주로 새벽시간, 아이들의 기상 전에는 좋았던 이야기가 글로 표현되고, 육퇴 후 피로에 지친 몸일 때는 어두운 이야기가 글로 표현된다. 그렇기에 나의 글은 솔직하다. 어제는 아이가 한없이 좋았다가, 오늘은 스스로가 한없이 비참해지는 이야기가 난무한다.
"일관성이 없어요."
"생생하게 솔직해요."
같은 글들을 읽어본 나의 느낌이다. 둘은 다른 문장이지만 평가하는 대상은 같다.
일관성이 없어서 쓸모없는 글이 되기도 하고, 생생하게 솔직하여 공감을 일으키는 글이 되기도 한다.
나를 향한 시선도 그렇다.
"끈기가 없어요."
"호기심이 많아요."
끈기가 없어서 한 가지 일을 완수하지 못하는 인간이 되기도 하고, 호기심이 많아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하는 인간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