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3회 차, 운동화 끈을 꽉 조였다
주 3회 30분 달리기의 기록
지난 월요일 2회 차를 뛰고, 수요일 3 회차다.
작심삼일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2회 차까지는 뭔가 의욕에 불탔는데, 하루를 거르고 3회 차를 뛰려니 귀찮았다. 집에서 뒹굴고 싶었다. 묵혀놓은 짐들도 좀 정리하고, 반찬도 그럴싸하게 만들고 싶었다. 달리기를 하지 않는 시간 동안 더 생산적인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브런치가 떠올랐다. 인증샷보다 더 강력한 인증글. 게다가 공개적인 글쓰기 플랫폼에 첫 매거진으로 발행해버렸다. 글을 클릭한 분들도 계신다. "주 3회 달릴 거예요!"라고 의기양양하게 외치고 3회 차만에 "바빴어요."라고 물러설 순 없었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아이들 등원을 돕고, 차에 올라탔다. 운동장까지 걸어가면 산책으로 흐지부지 될 것 같았다. 운동장에 도착했다. 스포츠 양말로 갈아 신던 중 운동화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과의 생활에 맞추다 보니 신고 벗기 편하도록 운동화 끈을 헐렁하게 풀어놓았었다. 내가 아닌 생활에 맞추어 놓았다.
운동화 끈을 꽉 조여야겠어.
운동장 벤치에 앉았다. 왼쪽 다리를 번쩍 올려 운동화 끈을 조이기 시작했다. 끈의 아래쪽부터 팽팽하게 당겼다. 운동화가 발에 착 달라붙는다. 착화감이란게 이런 건가? 끈을 고쳐 메는 것만으로도 의욕이 차올랐다.
9시 25분. 걷기 시작했다. 느낌이 다르다. 이전까진 운동화가 발에 딸려 올라오는 느낌이었는데, 이젠 발과 운동화가 착 붙어있는 듯했다. 걷기가 가볍다.
9시 30분. 뛰기 시작했다. 오. 운동화가 땅에서 떨어진다. 부끄럽지만 2회 차까지는 분명 발을 들었는데도 운동화가 바닥에서 스치는 듯했다. 내가 달리기에 미숙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지 헐렁한 운동화 때문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하니가 달리기 직전마다 파란 운동화 끈을 꽉 조으는 이유가 있었구나.
3회 차 운동은, 5분 걷기 - 10분 뛰기 - 5분 걷기 - 8분 뛰기 - 5분 걷기 - 6분 스트레칭으로 마무리되었다. 계획을 정해두고 뛰진 않는다. 기본 시간을 정해놓고 뛰고 달리기 시작했다. 뛰다 보면 5분이 지나고, 조금만 더를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8분, 10분이 되어있다. 기본 시간이 최소의 개념이다 보니 성취감도 생기는 듯하다.
마지막 5분 걷기를 하는데 기분이 상쾌했다. 벅찬 마음에 감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몸이 나에게 말했다. 날 이렇게 돌봐주어서 고맙다고, 하루의 선물을 주어서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분명 내 입으로 터져 나오는 말이었는데, 의식이 아닌 육체가 말하고 있었다.
하루 동안 몸을 쓰며 생활한다. 먹고, 씻고, 싸고, 일하고, 자는 모든 행위에는 몸이 필수다. 정신줄을 놓고 설거지는 할 수 있지만, 몸이 없이는 할 수 없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데 몸은 꼭 필요하다. 몸은 살아가는 통로다.
텅 빈 운동장을 소리 없이 걷고 뛰는 것. 움직이는 근육들과 생각이 소통하는 시간이다. 습관대로라면 당장 멈추고 집으로 돌아가 마음의 양식을 먹거나, 입의 즐거움을 택하겠지. 관성대로 따라가는 생각을 붙들고 몸에 집중한다. 바닥에 탁탁 부딪히는 운동화의 탄력을 느끼며, 조급하게 나아가는 상체를 제자리에 위치시키고, 축 처지려는 허벅지를 다시 들어 올린다.
몸에 집중하는 시간.
고마운 몸에 감사함을 표현하는 시간.
운동화 끈을 단단히 조이고 몸에게 인사한다.
"마음껏 움직여 보자, 너의 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