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로 시작된 무기력의 터널

생존신고

by 자유로운 풀풀

모든 것을 멈추었다.

기점은 2박 3일 여행을 다녀온 후.

그래 봤자 고작 이틀을 멈춘 것뿐이지만, 그동안 달려온 모든 동력들이 깡그리 연기처럼 날아가버렸다.


여행의 막바지엔 분명 기운이 샘솟았다.

지난 과거와 작별을 했고, 새로운 미래를 약속했다.

계획된 것들을 향한 기대감이 차 올랐다.

분명 그랬다.


여행의 마지막, 어떤 계기로 인해 모든 것은 사그라들었다.

1도 예상하지 못했다.

스스로가 이렇게까지 무너질 줄은 나 조차도 알지 못했다.


처음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걸까.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물꼬가 트였다.


질투였다.

내가 저 사람보다 못난 게 대체 무엇이기에 난 이러고 있는 것인가.

저 사람은 그 많은 조건들을 갖추고도 저 정도인데, 나는 이 악물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이것밖에 되지 않는가.


생각을 더듬어 과거를 되짚어보면, 거의 대부분 그랬다.

경제적인 여건을 갖춘 부모를 둔 또래의 누군가가 부모의 힘으로 무언가를 얻었을 때, 난 폭발했다.

의사인 아빠 밑에서 의학대학원에 진학하여 의사가 된 동창의 삶을 깎아내렸다.

돈 많은 친정 회사에서 일하며, 그 돈으로 고급빌라로 이사 가고 자식 공부 다 시키는 지인의 삶을 향해 분노했다.


대체 왜?

내가 무엇이 모자라기에?

그들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거지?


질투.

이전에는 질투의 감정을 분노로 바꾸어 버렸다.

그 힘으로 직장에서 열심히 버텼고, 절약하며 저축액을 늘렸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질투라는 것을 알아차렸음에도, 그 밑바닥에 깔린 어마어마한 감정의 쓰레기들 때문에 녹다운되어버렸다.

그 무엇도 읽고 싶지 않고, 쓰고 싶지 않고, 움직이고 싶지 않다.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여전히 깊은 무기력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방법이 있을까?

주변에선 이런저런 일들을 나에게 요구하는데, 머리카락 한 올의 두께만큼도 생각하기 싫은 내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그저 버티는 수밖에.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며 나를 안아줄 수밖에.

"잘 살았다, 잘했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이 시간을 지나가는 수밖에.




일기 같은 짤막하고 우울한 단상을 올리는 이유는.

나와 같은 시간을 통과할지도 모를 누군가와 연결하고 싶어서.


당신만이 그런 게 아니랍니다.

여기 또 한 사람 있답니다.


생존신고를 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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