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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송인 Nov 12. 2018

과대평가와 과소평가 사이에서

상담 효과에서 상담자의 영향력은 얼마나 될까?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외출할 때 찝찝할 때가 많죠. 저는 미세먼지 팔할이 중국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죠. 이런 심증 때문에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뭔가 미봉책으로 느껴집니다. 자원을 아끼자며 산업용 전기보다 가정용 전기에 더 가중치를 둔 비용을 부과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문제의 핵심은 놔두고 지엽적인 것만 건드리니 문제가 해결될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국내적 노력이 의미가 없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일단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해보아야죠. 중국 탓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으니 국내 상황이라도 변화를 주는 게 옳다고 봅니다. 그게 설령 미봉책에 가까운 무엇이라 하더라도 말이죠.


성인 상담에서 상담자 변인이 상담 효과에 미치는 영향력이 4% 정도라는 서울대 김창대 교수의 논문을 읽게 됐습니다. 상담실 안에서 내담자를 위해 상담자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4%라도 내담자 삶이 좀 더 좋은 쪽으로 변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 4%에 집중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양적으로는 4%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삶의 변화는 사실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하니까요. 4%가 아니라 0.01%라 하더라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통제-숙달감은 국가적인 미세먼지 저감 노력에서뿐만 상담자로서의 행보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담자 특성이나 내담자가 처한 환경을 내가 어떻게 바꿀 수는 없습니다. 1주일이 168시간인데, 그 중 상담자와 함께 하는 시간은 길어야 고작 1시간 입니다. 상담에서 아무리 내담자와 작업동맹 형성이 잘 돼 있어도 나머지 167시간의 삶이 여러 이유로 괴로울 수 있죠. 하지만 상담에서의 그 한 시간 때문에 내담자가 죽지 않고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상담자로서의 자신의 영향력을 너무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과소평가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참고자료)

김창대, 윤정순, 박소은, 유성경, 손난희, 한영주, 윤정숙, 김경하, 이지영, 홍세 희, 권경인 (2010). 한국 상담성과와 상담자 효과. 한국상담학회 연차대회 심포지엄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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