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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송인 Jan 10. 2024

아이와 함께 자라는 아빠

plus 내담자와 함께 성숙하는 상담자

  



상담자 되기와 부모 되기의 공통점


좋은 상담자가 되는 과정은 좋은 부모가 되는 과정과 유사합니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하고, 아이가 감정적으로 불안정할 때 이를 담아낼 수 있는 큰 마음 그릇을 지녀야 하며, 같이 놀이하며 유쾌한 경험을 쌓아 나가면서 유대가 깊어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한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해보면서 시행착오적으로 배워 나갈 수 있게 도울 수 있어야 합니다.


상담에서도 내담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하고, 내담자의 감정 반응을 수용하기 위해 상담자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하며, 내담자의 새로운 시도를 격려하고 기쁜 일이 생기면 함께 기뻐하면서 신뢰 관계를 돈독히 형성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내담자 스스로 자신에게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생각을 정리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가이드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숙한 부모 되기의 어려움


상담자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제아무리 큰 진전을 이룬다 한들 아이와의 관계가 좋지 않다면 그 진전에 스스로 자부심을 갖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해리 스택 설리반은 심리치료실 안에 두 명의 환자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상담자도 내담자가 호소하는 어려움을 상당 부분 공유할 때가 많습니다. 가령,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의 정신과 교수이면서 스스로가 양극성 장애 환자인 케이 레드필드 재미슨이 대표적입니다.


저는 아동청소년 종합심리평가의 결과를 부모님에게 해석상담할 때가 많습니다. 이때 부모님이 자녀와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에 공감할 때가 많습니다. 저 역시 그러한 어려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정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버튼이 눌리면서' 스스로 원치 않는 행동을 아이에게 하게 될 때 그런 자신의 정서적 미숙함을 바라보며 수치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성숙한 부모가 되기 위한 체크리스트


좋은 부모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만하면 충분한(good enough) 부모가 되기 위해 행동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은 예전부터 느껴왔습니다. 그래서 2022년 1월부터 아이와의 관계에서 후회를 경험하게 만든 제 자신의 행동을 정직하게 기록하고 그 기록을 다시 살펴보면서 행동 개선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그리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약간의 개선을 이루었다고 느낍니다.


올해는 아이의 건강한 심리적 발달을 촉진하는 긍정적 양육 행동의 체크리스트를 아래와 같이 만들어서 날마다 기록 중입니다. 체크리스트는 챗지피티에게 질문을 던져서 얻어낸 항목 중에 유용해 보이는 항목을 선별했습니다. 동기부여를 위해 안 된 것보다는 실천이 된 것이 몇 개인지에 중점을 두고 있고, 총 7개의 항목 중 3개 이상인 날은 성공한 날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매일 리뷰하고, 주간, 월간, 분기별로도 리뷰할 생각입니다.


이만하면 충분한 부모이자 상담자 되기


집에서까지 상담자와 같은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과거에는 했습니다. 하지만 상담자가 제 정체성의 중요한 일부이고, 가정 안팎에서 태도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정체성 혼돈이 오면서 직업적으로 회의감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상담실 안과 밖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위 체크리스트는 그러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이런 노력이 내담자와의 관계에서도 빛을 발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 봅니다.


원문 url: https://blog.naver.com/clearermind/223318147431









이 글은 MarkedBrunch를 이용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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